상단영역

본문영역

대표 이미지에서 벗어나라

[에세이-고금도에서]배준현 / 고금주조장 대표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6.25 16:42
  • 수정 2017.06.25 16:50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준현 / 고금주조장 대표

 어떤 사람이 여러가지 행동을 한다. 그 가운데 자주 되풀이 되는 행동 하나를 골라 ‘이사람은 이런 사람이다.’ 라고 정하면 ‘대표이미지’로 굳어진다. 그를 생각하면 대표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가 가진 다른 여러 캐릭터(특성,성격)를 무시하고 대표이미지란 프레임(틀)으로 판단한다는 이야기다. 아무개는 착하고, 누구는 점쟎고, 어떤 이는 무례하고...

누군가 내게 "넌 샌님이야." "이미지가 약해" 같은 이야기를 하면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마음속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여러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난 예의바르지만 무례하기도 하고, 용기가 있지만 때론 비겁하며, 점쟎지만 촐랑대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나다.

또한, 불쑥 튀는 행동은 대표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평소에 조용하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전혀 다르게 행동한다. 주위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그들이 생각하던 대표이미지가 어긋나는 순간이다.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잘못 봤어!’ ‘도대체 너는 누구냐?’ 대표이미지로만 생각했던 상대방의 본모습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된다.

끼리끼리 친하게 지낸다. 비슷한 성향,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그런데, 매우 보수적인 사람이 진보적인 사람과 취미를 같이 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사람이 술자리에선 호형호제한다. 뜻밖이다. 왜 그럴까? 정체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자유롭게 생각하고 딱히 ‘무엇이다’ 라고 정할 수 없이 다이나믹하다. 남들이 내게 그러기를 바라듯이 내가 남들을 볼 때도 프레임에서 벗어나자.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을 평가하지 마라. 당신은 그 사람의 여러 행동 가운데 한가지만 보고 판단하고 있진 않은가? 그 사람을 겪어 보지 않고 섣부르진 않은가? 마찬가지로 나도 이러한 프레임에 갖혀 있는 것은 아닌 지 반성한다. 좀 더 자유롭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다가서고 왜 그런 생각을 하는 지 귀기울여 그의 얘기를 들어야겠다.

걱정스러운 것은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고정된 프레임은 단단하다. 이것을 깨뜨려야 한다.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그가 살아온 과정이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대표이미지에서 벗어나라!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이 프레임에 갖힌 것이라면 그 이미지는 당신이 만든 것이지 그사람의 본모습은 아니다.

나아가 사회현상에도 비슷한 일이 많다. 대표이미지로 규정되는 현상이 언론에선 더욱 심각하다. 곳곳에 진실을 가린 거짓뉴스들이 판을 친다. 고정관념에 기대어 교묘하게 전파되고 자기도 모르게 믿게 된다. 거짓은 고정관념과 매우 친하다. 프레임에 가둔다. 오로지 흑백논리와 고집만 있다. 닫힌 프레임으로 보는 세상에 변화는 없다. 그것이 옳은 보수의 모습인 양 애써 눈감으며 아집을 부린다. '니들은 원래 그래' ‘니들이 그러면 그렇지’ 라고 비웃으며...

대표이미지는 변화를 부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은 점점 나와 다른 사람의 많은 생각과 가치가 존중받고 있다.

문득, 금강경에 나오는 번개같은 문구가 떠오른다.
『...何以故(하이고) 是諸衆生(시제중생) 無復我相人相衆生相壽者相(무부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 無法相(무법상) 亦無非法相(역무비법상)...(...무슨 까닭인가 이 모든 중생은 다시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이 없으며 법이라는 상도 없으며 법 아니라는 상도 또한 없느니라...)』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