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닿을 수 없는 그곳까지 닳을 수 있도록

[특집]완도 힐링 숲길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7.06.30 17:03
  • 수정 2017.06.30 17:09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완도 정도리 구계등 방풍림 숲길


지금, 미친 듯이 들끓고 있다.
누구든지 단호하게 덤벼라!
그렇다면 난, 날이 시퍼런 비수 하나를 가슴에 품고서 그 자에게로 바람처럼 날아가 그 가슴 깊숙히 꽂아 넣고야 말겠다.
지금 난, 몇 번이나 가슴에 품은 칼을 꺼내 손에 쥐고서 숨막히도록 답답한 이 가슴에 가차없이 구멍을 내고픈 욕망과 싸우고 있는지 모른다.
명마가 흥분의 끝에 이르면 더 이상 달리기를 멈추고 스스로 혈관을 물어 뜯어 숨을 돌린다고 들었다.
이 순간, 나 역시도 스스로 혈관을 끊어영원한 자유를 얻고픈 욕망에 간절하다.
이 순간의 진통. 점점 귀가 멀어가는 자신의 신세가 한탄스러웠다. 생명과 같은 음악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몇 번의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음악에 대한 열망이 솟구쳤고“만일 죽음이 나의 모든 예술적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만한 기회를 갖기도 전에 찾아온다면, 아무리 내 운명이 험난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일찍 찾아왔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죽음이 조금 더 늦게 찾아오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대로 죽는다해도 난 행복해할 것이다. 죽음이 나를 끝없는 고뇌에서 해방시켜 줄 테니까. 그러니 죽음아! 올 테면 와 봐라!" "용감하게 그대를 맞아주리라.”
베토벤은 이 비장한 유서에 담긴 각오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음악적으로도 하이든, 모차르트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어법을 창조해내기 시작했는데 매우 건축적이며, 장대한 기상과 함께 강렬한 개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시기, 베토벤은 귀가 멀어가고 있었지만, 귀가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그 창작의 시기 중 가장 드라마틱하고 혁신적인 계기를 만들었다.
베토벤을 구원했던 건, 바로 천연의 푸른 숲에서 울려퍼지는 숲속의 합창이었다.
베토벤은 자신에게 찾아오는 진통을 가라앉히기 위해 숲 속을 거닐었다.
이때 태어난 것이 그 유명한 영웅 교황곡. 당시 유럽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왕권정치에서 비롯된 폐해가 심각했고 베토벤은 누구보다도 그런 폐해를 깊이 공감했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에서 베토벤은 프랑스 혁명의 혼란으로부터 나라를 일으켜 세운 나폴레옹에게 강하게 이끌렸고 그를 모태로 위대한 교향곡의 첫걸음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왕권시대를 종말시킨 '영웅'이었다. 공화주의(만민의 평등을 목적)의 이상과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 나폴레옹에 대한 존경심이 영웅교향곡에 대한 최초의 발상이었다. 베토벤은 인류에게 불을 선물한 프로메테우스를 공화주의자에 비유하면서 나폴레옹의 혁명 정신을 찬양하고자 했다.
베토벤 자신 또한 악성의 한계를 벗어나 불멸의 프로메테우스에 빗대면서 그렇게 영웅은 탄생되었다. 하지만 영웅 교향곡은 나폴레옹이라는 이름을 갖지도 못했으며 그에게 헌정되지도 않았다.
왜? 나폴레옹은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올라서 버린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건 다시 독점적 권력인 절대 군주정치와 하등 다를 게 없었으니까. 결국 자신의 권력 획득을 위해 피를 흘렸다고 보게 된거였다.
베토벤은 나폴레옹이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올라섰다는 소식을 듣자 불같이 화를 냈다. 완성된 악보는 '보나파르트 교향곡'이라고 써넣었고, 그를 로마의 집정관에 비유했다. 그러며 말하길 "그도 역시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 외 모든 인간 위에 올라서서 군림하고 싶은 것!"
베토벤이 음악가 이전에 철학자이자 사상가라는 방증이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교황곡 영웅은 이 세상의 악기 중 가장 아름다운 소리! 바이올린의 소리에서 가장 조화로움 속에서의 장엄한 선율을 나타내는 D음,
그 음은 가장 이상적인 사회인 숲속의 합창을 염원하고자 했던 베토벤의 인간적이고 이상적이고 음악적인 열망이었다.
귀가 멀게 된 베토벤의 음악적 영감은 자연의 조화로움이 응축 된 숲속에서 얻었다.
그 숲속의 합창을 들어보라!
나는 너의  모든 말을 들었고 지금 그 말을 들어 여기에 있다.
나는 너에게 있기에 상처 입은 마음 속 깊은 그곳까지, 닿을 수 없는 그곳까지 닿을 수 있도록...
세상의 추악함 마저 아름다움으로 아우르는 한없이 넓고도 한량없이 깊고 깊게 들어간다. 사랑의 끝까지, 미움의 끝까지, 아픔의 끝까지 걸어간다. 하지만 갈 데까지 가보아도, 그 누구도 죽거나 그 누구도 다치지 않는 아름다운 세상을 향하여.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