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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언덕 위에 핀 그리움의 꽃

[완도의 자생 식물] 4. 원추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7.02 10:51
  • 수정 2017.07.0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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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언덕 위에서 핀 노랑꽃. 누구를 간절히 기다리는 모습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원동력은 그리움과 아쉬움이다. 언덕 위에 노랑 원추리 한 두 그루는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헤어지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눈물을 감추고 일상처럼 살아간다. 오늘 하루 지탱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은 정해져 있다. 그런데 그 에너지와 연결된 마음의 양은 정해져 있지 않다. 각기 마음의 질량 따라 다르다. 이것은 바로 그리움의 정도의 차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몸속에 구성하는 단백질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 단백질을 만드는 중간 역할은 필수 아미노산이다. 아미노산은 반드시 음식물을 섭취해야만 직접 얻을 수 있다. 손안에 휴대폰은 세계를 담고 있다.

그야말로 손안에 지구촌이다. 물론 지식과 정보의 세계를 무시할 순 없다. 그런데 그리움이 사라진 지금이 상막하기 그지없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직접 만나야 한다. 길가에 풀 한 포기와 대면해야 한다. 7월은 꽃이 귀해질 때다. 산에 새소리도 뜸하다. 이때 노랑 원추리 꽃이 갑자기 나타난다. 참으로 기다렸던 그리움이 터질 지경이다. 7~8월은 백합과 인 꽃이 많이 핀다.

같은 백합과 인 빨간 나리꽃도 깊은 산에서 핀다. 원추리는 진달래 꽃이 필 때 새순이 나온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는다. 심신을 안정시켜 정서불안과 우울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나물이다 보니 근심 걱정을 없애 준다고 해서 ‘망우초’라고 부르기도 한다.

완도는 섬이 많다. 바위 언덕에 노랑 원추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그리운 님을 만나는 양 기쁘다. 바다와 섬 사이 모아지를 길게 올려 세운 그는 헤어짐에 아쉬워하고 있다. 종일토록 만남과 헤어짐에 연속이지만 이 야생화만이 미련이 많이 남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 사람들 곁에서 많이 울고 웃어서 그렇다. 아무리 빠르고 간편한 시대에서도 이것만큼은 대처할 없다. 그리움은 우리 마음속에 필수 아미노산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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