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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일 내로 기별할 터이니...

[문학의 향기]19세 소녀와 77세 대감의 사랑 6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7.07.07 19:41
  • 수정 2017.07.0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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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사랑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일 것이며, 사랑 앞에 양반과 기생이 어디 있겠느뇨?
너와 나, 남과 여만 있을 뿐이다. 고렇게 불을 당긴 부용의 말에 그 붉은심장이 맹렬하게 폭팔하는 77세 노랑! 곧장 화답가로 부용을 희롱하는디!

문 앞에 연리지 있는데
까치 한 쌍 나무 위에
둥지 틀어 다정하네
지게 창문 마주 놓고
그윽하게 비추고
가지와 줄기에
은밀하게 속삭이네
 
캬! 좋다 좋아! 핏기없는 고목에 꽃이 피어나는구나!
희수의 노랑! 19세의 유부를 끌어 안고 원앙금침에 들었으니 그 희롱가와 사랑가는 저 붉은노을처럼 붉게만 붉게만 타오르고.
아! 아!
그런데 이게 무슨 변고인고!
청천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달콤한 신혼이 채 몇 달도 지나지 않아 평양감사였던 대감이 호조판서에 제수되어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네 그려!
김이양 대감이야 영전도 이런 영전이 없으련만 우리의 부용은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떨어지듯 홀로 떨어지게 되었네 그려!
다시 기생이 될 수도... 이럴 수도 저럴 수도...
그야말로 완전 난감하게 된 부용.
하지만 사려 깊은 김이양 대감이었다.
“부용아! 늙은 사람이 첩을 얻으면 세상이 비웃는다”
“지금 당장 너를 데리고 올라갈 수 없으니 여기서 좀만 기다리고 있거라”
“내, 수 일 내 인편을 보내 널 데려가겠노라!”
“네이, 존명 대감 마님!”
그리해 기적에서 빠져 판서 대감의 소실이 된 부용.
헌데, 동서고금에 남자란 족속이 떠나면 그 길로 말이 없어지는 건 모두 같은 이치가 아닌가!
너만은 아니겠지, 너만은 아니겠지! 그러면서...
서울로 올라간 김이양 대감.
수일 내로 데려가겠노라던 김 대감이 이거 완전히 종무소식이네!
두 달이 지나고 석 달이 되어도 사람을 보내기는커녕 편지 한 통이 없으니 바짝바짝 애만 타 들어가는 우리의 부용.
이에 지필묵을 꺼내 김이양 대감을 향해, 일발에 필살하겠다는 각오로 맹강한 화살 하나를 시위에 걸어 있는 힘껏 당겨 그 붉은 심장을 향해 쏘는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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