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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모든게 아름답다

[완도의 자생 식물] 6. 하늘말나리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7.07.15 21:29
  • 수정 2017.07.1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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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말나리


깊은 숲속에서 불현듯 나타난다. 이쯤 산속에서는 꽃이 없는 편의여서 문득 이 꽃을 보게 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조용한 숲속에서 아무 말이 없이 피어있다. 가끔 뻐꾹새 노랫소리가 정적을 깨우기도 하지만 그 자리만큼은 오히려 고요함을 깊게 한다. 이들이 피어있는 숲에서는 조용함을 그 배경으로 하여 향기를 자아내고 있다. 작은 암자라도 찾은 듯이 마음이 차분해진다. 꽃이라면 진한 향기를 내어 뿜어야 자기에게 관심을 보일지 몰라도 하늘말나리는 그 자태가 향기이다. 산속 모든 고요함을 배경으로 그 가운데 한 여인이 있다면 선녀일 수도 있겠다. 숲속의 여왕은 행복하다.

행복의 조건은 큰 것이 아니다. 한 뼘의 땅에서 낳고 자라 꽃이 된다. 실오라기 한 가닥도 걸치지 않는다. 단 약간의 햇빛과 물만 있으면 이들은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사 이래 가장 살기 좋은 시대가 왔다. 집도 크고 자동차도 중형으로 탄다. 이런 시대가 유지하기 위해선 앞으로 크고 더 빨라져야 한다.

세상은 빠르고 간편함으로 가고 있는데 자연의 땅은 점점 좁아지는 데 문제가 있다. 자연은 가장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다 아름답다. 여기에는 모든 것들이 교합과 소통하기 때문이다. 어느 것 하나 빼놓아둘 수 없는 게 자연이다. 아무리 공평한 시대가 왔다 해도 큰 것을 바라는 이상 상생할 수 없다. 하늘만 쳐다본다고 하여 하늘말나리다. 숲속 간신히 다가오는 햇빛을 만족하면서 7~8월에 피는데 키는 대체로 작은 편이다. 말리꽃 옆에 분명 털중나리꽃이 있다.

꽃 색은 비슷하지만 모양과 바라보는 방향은 다르다. 옆을 보고 있는 털중나리는 꽃잎 끝을 뒤로 제쳐 봄의 여왕 얼레지를 보는 격이다. 하늘과 옆을 바라본 두 꽃은 진한 밤색 점이 있다. 꽃잎이 선명하고 간결하게 피어 그 점이 자기를 확실하게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쁜 얼굴에 점이 한두 개 있으면 왠지 인간적으로 보인다. 요즘은 점을 모두 빼고 있지만. 시류에 따라 얼굴과 개성이 바뀌는 게 우리이다. 그러나 문화와 문명도 없이 이들의 가치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데에 새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작은 땅, 적은 물, 작은 햇빛에서도 충만하게 살아간다. 있는 그대로 자기의 모습을 보여줘도 그 아름다움을 어디에 비할 데에 없다. 조용한 산길에서 나를 간절히 기다릴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그리움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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