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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행위의 공범이 되지 않으려면

[완도 시론]박두규 / 전라남도 청소년미래재단 원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8.12 10:20
  • 수정 2017.08.1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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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규 / 전남도 청소년미래재단 원장

 사회문제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갑질 행위의 뿌리가 깊다. 우리의 전통 가족 구조에서 시어머니와 꼰대 어른들이 그랬다. 나라가 해방되고 근대화의 길을 걸으면서 폭력적인 국가와 독점대기업이 배타적인 지배연합을 형성하고 강력한 ‘갑’이 되었다.

 정부기관 공무원과 정치 권력, 재벌 대기업, 직장 상사 등의 갑질 횡포에는 대응조차 어려웠다. 그렇지 못한 서민들도 소비자로서 구매 행위를 할 때는 갑으로서 행세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갑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내달린 셈이다. ‘갑’이 되려고 안달복달한 ‘을’들은 갑질을 묵인하며 공범으로 살아왔지 않았을까?

이렇게 갑의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아랫사람들에게 마구 화를 쏟아내는, 분노조절장애는 ‘인정 중독’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정리한 신경심리학 책의 내용이 새롭다.

그 책에 따르면 갑질이라고 여기는 사건들은 인정 욕구와 연관된다.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인정 욕구가 증가하여 이전과 동일한 수준의 존중으로는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게 되며, 점차 높은 수준의 존중을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일상적인 수준의 높임에는 실망감을 느끼거나 상대방으로부터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러한 실망감을 보상받으려는 동기가 분노로 표출되기에 이른다.

결국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발생하는 분노 반응은 지나칠 정도로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인정 중독’의 또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처하는 길은 세 가지다.

첫째는 처벌이다. ‘공공재 게임’에서 무임승차자가 있으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처벌을 가하는 ‘이타적 처벌자’가 나타난다. 그리고 참가자들이 처음에는 처벌 규정이 없는 집단을 선택했다가 게임에 반복적으로 참여하고 난 후 점차 처벌 규정이 있는 집단으로 옮겼다. 처벌 규정이 있는 집단의 이득이 높았기 때문이다. 규범을 어기는 구성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집단의 협력 행동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둘째는 당사자의 거절이다. ‘최후통첩 게임’에서 ‘제안자’의 불공정한 제안에 대해 ‘응답자’는 거절을 선택한다. 갑질을 막아내는 을의 역할이다. 이것은 당사자의 거절과 항의가 제도화 되어 있을 때 가능하다. 최근 갑질 행위가 사회문제로 드러나는 만큼 사회가 민주화 되어 간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 같은 처벌과 거절의 목적은 형평성의 회복에 있다. ‘을’에게 만족을 보상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갑’이 반성을 하는 것이다. 갑질은 대부분 직권남용, 폭행과 모욕, 인권침해 등 형사처벌 대상이다. 이러한 처벌은 ‘갑’이 진심 어린 반성을 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셋째로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는 방법으로 선행이 있다. 인간 사회에서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는 방법으로 경쟁자를 물리치는 공격적 행동에서보다 오히려 자신은 낮추고 상대방을 감싸는 관대함에서 더 찾는다. 이는 도덕성과 이타성을 아우르는 중요한 동기일 수 있다. 학교와 종교기관, 직업윤리 등의 교육에서 인격의 성숙을 추구하는 내용이다.

타인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자기중심성을 수정할 줄 아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격의 함양, 그리고 거절과 처벌이라는 ‘단호한 배려’가 갑질 행위를 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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