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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새로운 집

[완도의 자생 식물] 10. 콩짜개란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7.08.12 10:31
  • 수정 2017.08.1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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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짜개란


까마득한 밤하늘을 지나 푸른 하늘이 내 집에 있다. 붉은 꽃, 하얀 꽃, 노란 꽃들도 들어와 있다. 숲속에 초록 잎 위에 생각의 집이 있다. 오늘은 어떤 집을 지을까 그런 고민은 하지 않는다. 오늘 분량의 집은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내 앞에 초록의 점들이 에워싸일 수도 있다. 생각의 점들이 희미한 산등성이를 넘어가면 기다리는 손님 같은 사람이 금방 달려온다. 8월의 저녁 더위가 약간 가면 외마디 풀벌레 소리가 들려온다. 내 속 뜰에서는 벌써 가을 노래를 하고 있다. 8월의 숲속에 콩란은 마음의 분량을 키우고 있다. 오롯이 자기들의 집이다. 어제의 양식과 오늘의 공간은 다르다. 마음이 사는 집은 늘 변화무쌍하다. 그만큼 그 형상은 분간할 수 없다.

생각이 정해지지 않아야 무한하게 채울 수 있다. 콩짜개란은 완도와 제주도에서만 서식한다. 이 야생화 곁에서는 꼭 일엽초가 있다. 같은 식물은 아니지만 붙어사는 데에는 서로 사이가 좋은 모양이다. 콩짜개란과 비슷한 콩짜개덩굴이 있다. 이는 줄기로 이어가면서 콩 모양의 잎을 낸다. 콩짜개난은 포자로 번식하고 고사릿과이며 다년 식물이다. 다 자란 잎줄기는 아기 손만큼이다. 꽃은 이른 봄에 핀 산자고처럼 귀엽고 연녹색으로 핀다. 작은 식물일수록 함께 모여 산다. 난대성 식물인 이 야생화도 역시 함께 산다. 서로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 바위와 고목나무 그리고 흐르는 물과 잘 어울린다. 경험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친해지려면 자연으로 들어가 것이다.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좋다. 있는 자체가 물아일체이다. 특히 이 야생화가 있는 곳이라면 더욱 좋겠다. 작은 몸체들이 큰 몸체를 안는다. 이런 풍경을 보고 있으면 모든 세상이 좋게 보인다.

어울림과 생생함 그리고 시간이란 빛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만들어놓은 것이 아니다. 콩짜개란은 사시사철 푸르다. 푸르던 날만 기억하고 작은 이익은 버린다. 지금 당장 서운한 게 많더라도 동반 승자가 되기 위해선 멀리 본다. 이게 선한 자연의 법칙인데 사람 사는 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날마다 새로운 집을 짓는다. 오늘은 푸른 하늘을 넣는 집이다. 내일은 숲속 콩짜개난이 있는 곳이다. 새로운 물길을 찾아 떠나는 개울가에서 말끔하게 얼굴을 씻는다. 세상에 나만의 집은 형체가 없다. 지금 당장 살고 있는 집은 잠시 머물러 있을 뿐이다. 작은 잎 하나하나 넣다 보니 오늘의 집이 또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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