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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선은 부지런한 악을 이길 수 없다

[에세이-고금도에서]배준현 / 고금주조장 대표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8.19 17:22
  • 수정 2017.08.1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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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현 / 고금주조장 대표

세상을 한가롭게만 여겼던 적이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일들이 나와 상관없는 일이고 관심도 없었다. 그러다 세상살이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 쯤, 내게 다가온 경구 ‘게으른 선은 부지런한 악을 이길 수 없다!’

게으른 선이 부지런한 악을 이길 수 없음을 사회곳곳에서 발견하고 나의 주변에도 이 말을 적용하며 나를 다그쳤다. 음모와 술수를 부리는 사람들은 매우 주도 면밀하게 일을 처리했고 그들은 나름 열심히 살고 있어서 그런 면에서 일정 부분 존경을 받았다. 그들을 악으로 규정하면서도 그들의 부지런함에 감탄(?)하곤 했다.

보통사람들이 세상을 헤쳐 나가려면 게을러서는 안된다. 게으른 선은 보호받을 수 없다. '어떻게든 되겠지.' '사필귀정이니 모든 것이 잘 되겠지' 라고 내버려 두었던 일들은 어김없이 내게 뼈아프게 다가왔다.

태평스레 게으름으로 일관했던 철없던 젊은 시절, 세상을 부지런하게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을 수 없다'는 법률명언처럼 우리사회 한편에서 잠자고 있는 권리나 게으른 선에게 악의 행위는 너무나 많았고 모질었다.

무한경쟁시대에 맞게 자신을 채찍질하고 다듬어야만 이 사회에서 잘 살 수 있다. 먹고 사는 일만 갖고도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된다. 더구나 그것만 갖고 안되는 일도 많다. 부지런한 악들이 이 사회 곳곳에서 게으른 선을 비웃으며 설쳐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거대악의 시스템에 과감하게 도전해야만 얻을 수 있는 권리, 당연한 권리마저 빼앗기며 살아갈 수는 없다. 열 사람이 한 도둑 못 잡듯 귀차니즘(만사가 귀찮아서 게으름 피우는 현상이 굳어진 상태를 말하는 인터넷 말)을 누리기엔 부지런한 악은 말그대로 너무 부지런하다. 구차한 선은 집요한 악을 이기지 못한다. 세상에 이런 일 많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들으며 독립운동가들을 3대까지 예우하겠다는 부분에서 ‘이젠 됐어.’한시름 놓는다. 죽어 지내야 될 놈들이 떵떵거리며 살아온, 칭송받아야 할 독립운동가들이 숨어 지내왔던 모순된 역사, 해방 후 친일을 단죄하지 못해 아직까지도 친일파가 설쳐대는 세상에 살고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구체적이고 정열적으로 꾸준하게 헤쳐 나가야 한다. 이른바 적폐청산을 야무지게 해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잘 될거야, 잘 되겠지.’‘설마 그렇게 까지 되지는 않겠지.’ 설마 설마 하는 동안 우린 돌이킬수 없는 댓가를 치러야 했다. 민주정부가 맥을 못추더니 결국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게 9년동안 정권을 내놓지 않았는가. 많은 개혁입법들이 주저 주저하다가 주저앉았다. 설마가 사람잡는다는 말이 딱 맞다. 문재인정부가 해결해야 할 적폐청산은 대통령 한사람만으로 할 수 없다. 내주위의 널려있는 적폐를 스스로 케내어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 두 눈 부릅뜨고 냉철하게 처절하게...

왜냐면 악은 부지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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