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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곤충 꽃꽂이에 응용하고

[문학의 향기] 뜬구름처럼 흘러가는 인생 2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7.08.19 17:25
  • 수정 2017.08.1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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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통 여가 중 하나는 조용한 방안에서 향을 피우며 부부가 함께 그 향기를 맡으며 여가를 즐기는 것을 멋으로 알았다.
심복과 운 또한 그러한 여가를 곧잘 가졌는데, 운은 언제나 인도산 침향(枕香)과 태국산 속향(速香)을 사용했다. 먼저 이것들을 밥솥에 넣고 속속들이 찐 다음, 화덕의 불에서 반치 가량 떨어지게 걸쳐놓은 다음 구리 철사에 올려놓고 천천히 불길에 쬐어 말렸다.
그렇게 했더니 그 향기가 더욱 그윽하고 그을음도 나지 않았다고.
감귤류에 속하는 과일로 중국 남방의 광동지방에서 많이 생산되는 불수감(佛手柑/사진).
그 모양이 부처님 손을 닮았다 하여 불수감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술취한 사람이 코를 대고 향내를 맡으면 쉽게 썩어버리고 만다는데 이는 알콜이 닿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이러한 자연적인 향기를 즐기면서 생활 속에서 얻어지는 지혜를 부생육기에 남겼다.
운은 심복이 집에서 한가하게 있을 때면 책상머리 화병에 꽃이 떨어지지 않게 하였는데, 어느 날 운이 심복에게 물었다.“당신의 꽃꽂이 작품에는 바람과 햇볕, 비와 이슬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서 그 정교함은 입신(入神)의 경지에 든다고 볼 수 있겠어요."
"하지만 그림에는 벌레를 그려 넣는 법이 있는데, 꽃꽂이에도 이것을 본 따 보시면 어떨까요?”
그 말에 심복은 맞는 말 같아 운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여보 좋소! 대단한 생각이구려"
“그런데 문제가 있소!"
"벌레는 아무 곳이나 꾸물꾸물 기어 다니는데, 한 곳에 가만히 있게 할 수 있어야지?”
그러자, 운이 말했다.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하지만 너무 잔인할 것 같아요.”
심복은 빨리 말해보라고 했더니, 운은 이렇게 설명했다.
“벌레들은 죽은 다음에도 빛깔이나 모양이 변하지 않죠?"
"버마재비나 매미, 또는 나비를 잡아다가 나무줄기를 끌어안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도 하고, 또 나뭇잎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게도 해 보셔요."
"완연히 살아 있는 것 같을 거예요. 좋은 생각이죠?”
심복은 기쁜 나머지 곧장 그 방법으로 꽃꽂이를 해 봤더니, 보는 사람마다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이다.
요즘 꽃집에서도 응용하면 좋을 것 같은데, 이렇게 행복한 부부에게도 늘 아쉬운 한 가지가 있었으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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