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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안도를 걷는 건, 한편의 수필 같은 여행

[여름 특집] 쉼, 이곳 어때요? 7. 항일의 섬, 소안도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8.19 17:55
  • 수정 2017.08.1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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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학산에서 내려다본 소안도 전경(비자리 일대)


보들레르는 여행에 대한 백일몽을 고귀한 영혼, 탐구하는 영혼의 표시라 여겼다.
그는 고향의 지평 안에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평생에 걸쳐 항구, 부두, 역, 기차, 배, 호텔방에 강하게 끌렸으며, 자신의 집보다 여행을 하다 잠시 머무는 곳에서 더 편안함을 느꼈다.

일상의 사물에 새로운 매력을 부여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관습에 따른 무관심에서 벗어나 우리 앞의 세계의 아름다움과 경이를 발견하게 함으로써 초자연적인 것을 만났을 때와 유사한 느낌을 맛보게 하는 것.

사실 우리 앞의 세계는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보고이지만, 익숙함과 이기적인 염려 때문에 우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심장이 있어도 느끼거나 이해하지 못한다.

워즈워스에 따르면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 내부의 선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숭고한 장소는 일상생활이 보통 가혹하게 가르치는 교훈을 웅장한 용어로 되풀이 한다. 우주는 우리보다 강하다는 것, 우리는 연약하고 한시적이고 우리 의지의 한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 우리 자신보다 더 큰 필연성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는 것.

소안 미라리 아부산 전경.
소안 미라리해수욕장.


소안도는 항일의 섬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 될만큼 주위에 있는 흙과 돌을 그대로 이용해 옛길을 복원한 4.8㎞의 대봉산 둘레길과 5㎞의 아부산 섬 길이 개설되어 등산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소안 미라 펜션 앞에는 몽돌로 이루어진 해변이 있어 가족단위로 편히 쉬어가는 코스로 유명하다.

대봉산 둘레길은 소안면 비자리에서 북쪽 끝 마을인 북암리까지이며, 여유롭게 걸어도 왕복 3시간(편도 1시간 30분)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구간이다.
둘레길 코스는 숲속에서 해안절경을 자유로이 감상할 수 있는 완만한 지형이며, 장비와 인공구조물을 일체 배제하고 전 공정을 사람의 손으로 주위에 있는 흙과 돌을 그대로 이용해 만들었다.
특히, 둘레길 끝자락(북암리 구간)으로 가면 구실잣밤나무 군락지와 대나무 숲을 통하게 돼있어 걸으면서 일상생활의 힘들었던 기억은 모두 잊어버리고 그대로 머무르고 싶은 마음만 들게 한다.
 


대봉산 둘레길을 다녀온 탐방객은 “걷는 길이 푹신푹신해 스펀지 위를 걷는 느낌이다”며 “길이 완만하고 숲과 해안경관을 함께 볼 수 있어 가족 또는 여인과 함께 유유자적 걸어도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아름다움에 대한 느낌은 어떤 장소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특질이, 또는 우리 심리의 내부 회로가 결정하는 것 같다. 어쩌면 어떤 장면에서 찾아야 할 것을 파악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시각 예술을 공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진정으로 귀중한 것은 생각하고 보는 것이지 속도가 아닌 듯 하다. 사람의 기쁨은 결코 가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피천득 선생이 말하길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淸楚)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女人)이라고 했던가! 여행도 마찬가지다.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 속으로 난 평탄(平坦)하고 고요한 길을 걷는 것.

소안도를 걷는 건, 정말 한 편의 수필 같은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무원 독자 / 조명전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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