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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내게 인생의 전부, 종교와 같은 존재”

[완도신문N 안나온 화제의 완도인]25년간 전국 447개 섬 세번씩 답사한 바다의 김정호 '이재언'

  • 박주성 기자 pressmania@naver.com
  • 입력 2017.09.02 11:31
  • 수정 2017.09.0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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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노화 출신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 씨.

노화 섬 촌놈, 서울로 가출해
노화도 섬 촌놈이 초등학교 6학년 당시 아버지를 따라서 목포에 갔다가 문화적 충격을 받고 그후 10대 중반에 서울로 가출을 했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도시로 나가서 살고 싶었을까. 어린 시절을 섬에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것이다. 그냥, 무조건 섬을 떠나고 싶은 그 마음을... 
그렇다고 고향을 떠난 도시의 삶도 순탄치마는 않았다. 중국음식점 배달원, 새벽 신문배달원, 구두닦이, 넝마주이 등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경찰관의 도움으로 공부를 시작해 고학으로 뒤늦게 검정고시를 보고 관련 학교에 다녀 목회자가 됐다.
다시 마음을 바꿔 섬에 선교적인 관심을 가지고 내려왔다. 그러나 섬이 너무 열악해 선교와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다 차츰 섬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어렸을 때 그 섬이 아니었다. 목회자도 그만두고, 종합적인 섬 탐험가로 나서게 됐다. 세월은 흘러 어느 덧 25년째 섬 탐험가 생활을 하면서 그 결과물로 올해 ‘한국의 섬’ 13권을 완간했다. 전복의 고장, 노화도가 고향인 그의 이름은 이재언(65).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에게 섬이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이 걸작이다. “섬이란 내게 인생의 전부이며, 종교와 같은 존재다. 내가 얼마나 섬을 사랑하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나는 섬을 접근할 때 사회적 측면에서 본다. 문화, 역사, 민속, 복지 등 앞으로 섬의 시대가 올 것을 생각하니 이번 ‘한국의 섬’시리즈 작업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복의 고장' 노화도에서 가장 전복양식을 많이 한다는 미라리가 이재언 연구원의 고향이다.

25년간 전국 447개 섬 세번씩 답사해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 시리즈 최근 완간
그는 25년 동안 등대호 선박을 타고 전국의 447개 섬을 세 번이나 답사했다. 그 과정에서 배가 고장이 나서 9번 해경 경비정에 견인되기도 했고, 풍랑에 1번 침몰되기도, 2번의 자신의 부주의로 자초되는 큰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제 와서는 “뱃사람도 아니고 바다도 모르면서 너무 무모하고 미련한 짓을 했다”고 고해성사를 하고 있지만, 2012년도엔 선박매몰죄로 벌금이 많이 나와 순천교도소에도 다녀왔다. 자신이 생각해도 결코 순탄치 않은 가시밭길이었다.
섬 탐험를 위해 목회자활동을 그만뒀지만, 그에게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교회였다. 한국과 미국의 교회에서 약간의 후원이 있었고, 배를 타고 섬에 가면 섬 교회가 숙식과 여비를 보태주는 등 환대를 받았다. 그렇지만 나머지 탐험비용은 순전히 자신이 빚을 내서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섬 탐험을 하는 그에게 특별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드론을 꼭 가지고 다닌다는 것이다. “일반 카메라는 한계가 있다. 드론을 하늘로 올려 한꺼번에 섬의 전체를 다 찍어 놓으면 정말 아름답다. 드론은 어느 섬이든지 아름답게 찍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지금이야 그럴싸하게 얘기하지만, 섬 탐사 과정에서 그는 드론을 4대나 수장시켰다.
“처음엔 드론 사진을 찍는데 용역을 줬다. 그런데 비용도 만만치 않고 그래서 고민하다가 배워 촬영을 시작했는데 공짜는 없더라. 수업료 많이 주고 배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요즘 그의 관심은 섬 탐험에만 있는 게 아니다. 섬에 관한 복지, 정책 등에 그의 관심이 가 있는데 특히 ‘여객선 공영제’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재언 연구원과 섬 탐사를 함께 한 '등대호'의 모습.

 여객선 공영제 꼭 필요해, 섬을 살린다
“시내버스보다 4배나 비싼 요금 때문에 섬 여행이 힘들다. 전 국민이 누구나 안전하고 빠르고 저렴하게 여객선을 타고 섬을 여행하는 것이 여객선 공영제이다. 전국에 5대 항로가 있는데 흑산도, 거문도, 백령도, 울릉도, 추자도 항로는 여객선 공영제가 꼭 필요하다. 그러면 섬도 살고 국민들도 누구나 섬 여행을 즐길 수 있다”여객선 공영제 도입에 대한 그의 논리다.
그가 그토록 열심히 탐험하고 있는 우리나라 섬 연구의 현주소는 어떠냐는 질문도 던져봤다. “제가 소속된 국립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이외에 섬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은 없다. 그 이유는 너무 방대하고 시간과 돈도 많이 들어가서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섬은 독립적인 마을을 형성해 독특한 문화와 민속, 역사 등 연구 대상이 되고도 남지만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며 그는 앞으로 섬 연구가 활성화 되었으면, 이제까지 육지 중심의 학문 연구가 섬과 바다에서 보는 연구로 전환되는 시대가 왔으면”하는 바람을 전했다.
‘한국의 섬’ 13권 시리즈가 나온 뒤 그는 TV에 30번 정도, 중앙 일간지 등 신문에 40번 정도 소개됐다. 심지어 그를 두고 전국을 돌아다녀 대동여지도를 완성한 ‘김정호’를 빗대 ‘바다의 김정호’란 호칭을 붙여 부르기도 하고, ‘한국의 섬’시리즈를 현지 답사를 기초로 저술한 이중환의 ‘택리지’에 빗대 ‘바다의 택리지’라고 부른다.
이런 것들에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농담반 진담반 대답이 나온다. “김정호나 이중환, 콜럼버스, 마젤란 등은 수십년, 수백년 후에 그 이름이 세상에 알려졌지만, 나는 ‘한국의 섬’ 13권 시리즈가 나온 뒤에 단숨에 유명해 졌다. 이런 일을 하다보니 부족한 저를 통해 섬 복지가 이뤄지고 섬이 발전되는 통로 역할을 했으면 하는 심정이다”
 

이재언 연구원은 섬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항상 드론을 가지고 다닌다. 드론으로 찍은 보길대교가 보이는 노화도의 모습.

이재언 "섬시대가 오고 있다"
그의 험난한 섬 탐험의 한단락이 끝나자 아내와 24년 살았던 여수를 떠나 완도로 이사를 오려고 집을 구하는 중이다. 앞으로 그의 계획은 전 국민적인 모금을 해 배를 하나 장만하고 섬 매니아들과 함께 다시 한번 전국을 순회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보고 대사의 길을 따라서 중국을 답사하고, 장보고 장학생인 ‘엔닌스님’의 길을 따라서 일본도 가보고, 이어도를 방문하는 것이다. 그리고 섬 포털사이트와 섬앱을 개발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또한 “그동안 쌓은 섬에 대한 지적재산을 내년도 전남도 도의원 비례대표로 나가서 마지막 인생을 섬을 위해 불태우고 싶다”는 것도 그의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 섬의 시대가 오고 있다. 섬에 사시는 분들은 고향을 지킨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살아갔으면 한다. 또 섬 주민들의 자녀들이 어렵지만 고향을 지키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렸을 적 섬을 버렸다가 다시 섬을 찾아, 이제는 그 매력에 흠뻑 빠진 그가 마지막에 내놓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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