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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면 열매가, 열매를 보면 꽃이

[완도의 자생 식물] 14. 누리장나무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7.09.17 22:08
  • 수정 2017.09.1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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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자리에 열매가 맺는다. 꽃과 열매가 동시에 있을 때는 그 열매는 끝까지 달려 있을지 모르는 상태다. 꽃이 막 떨어지고 홀로 달려있어도 이때도 낙과될 확률이 높다.

점점 자라면서 제 몸 크기만큼 살아남을 수 있다. 이렇게 오기까지 보이지 않는 도움이 있었다. 꽃이 피어 적절한 시기에 벌과 나비가 와야 한다.

또한 날씨도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어린 열매들은 얼마나 부드러우냐. 벌레들의 좋은 먹기 감이 되고 만다. 2중 3중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과정들은 모든 생태계가 통상 겪는 일이다. 생사의 지경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열려있는 데에 있다.

아주 작은 풀꽃에서는 이러한 지경을 볼 수 없지만 가까운 텃밭에선 자주 보인다. 호박꽃과 열매는 생과 사를 확대해 놓은 모양이다. 누리장나무는 실개천 주위에서 자주 보인다. 9월에는 마지막 꽃으로 피어있다. 멀리서 보면 마삭줄이 피어있는 것 같다. 열매는 10월에 맺는다.

이와 비슷한 열매 모양을 하는 나무는 말오줌때나무다. 이 두 나무는 열매가 꽃처럼 생겼다. 말오줌때나무는 빨간 풍선이 터져 검은 구슬을 내놓는 모양이다. 누리장나무는 누린내가 난다고 하여 누리장나무, 말오줌때나무는 말 오줌 냄새처럼 고약하다고 지어진 이름이란다.

누리장나무는 신경계과 순환계 질환에 좋고 말오줌때나무는 뼈를 잘 붙게 한다고 접골목이라고 부른다. 아무리 열매가 꽃처럼 생겼다고 꽃이 되는 일은 없다. 생육 번성을 위하여 관심을 갖게 하여 새들에게 멀리 갖다 놓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꽃 모양이 아니더라도 식물들은 각양각색으로 유인책을 쓴다.

모양이 예쁘지 않으면 맛이 좋고 아름다운 빛깔을 내어 따 먹지 않고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게끔 자연은 스스로 끊임없이 이어지게 한다. 나무와 꽃 그리고 열매를 동시에 있다는 자체가 경이롭다. 그것은 가장 정직하고 솔직하기 때문이다.

꽃은 홀로 피어 맺은 경우는 없다. 보이지 않는 도움을 받는다. 서로 주고받는 일에는 자연전체가 가장 깨끗한 데에 있다. 엊그제 돌담 위에 꽃과 호박이 보였다. 지금은 당당하게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현재 누리장나무는 꽃과 열매가 동시에 있다. 10월이면 열매는 가을 하늘을 빨갛게 물들여질 것이다. 꽃을 보면 열매를 보고 열매를 보면 꽃이 보인다. 같은 선상에서 서 있는 자체가 한 개인으로서 위태로울 수 있다. 그러나 전체를 보고 멀리 보면 자유롭게 꽃과 열매가 동시에 피어 도도한 강물로 흘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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