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강아지가 5만원권을 물고 다니는 완도를 꿈꾸며

[완도 시론]정병호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9.18 09:01
  • 수정 2017.09.18 09:04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장

고교시절 들었던 말 중에는 “완도에는 강아지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던데 사실이냐?” 70년대 완도를 먹여 살린 김 산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처럼 풍요롭고 활기찬 시절이었으니, 강아지들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도 생긴 것 같다.

그러나 김이 해남, 진도, 신안 등 남서해안을 타고 올라가 충청남도에서까지 양식되기에 이르자, 김에 대한 완도의 영향력은 점점 약해졌다. 완도는 김 이후에 미역, 전복으로 눈을 돌렸다. 이제는 전복이 주된 소득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완도 김’ 브랜드는 여전하다. 과거에 완도 김이 국내 소비자에게 워낙 강렬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교과서에서까지 언급될 정도였다. 아직도 소비자는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김보다는 완도 김을 더 미더워 한다. 꼬막도 비슷하다. 껍질이 두껍고 둥글며 속살이 찰진 벌교꼬막을 최고로 친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등장하며 유명세를 타서, 대도시 식당에서는 전부 벌교꼬막이라며 팔고 있다. 바로 옆의 고흥 사람들은 불만이다. 벌교산이라고 파는 꼬막 중 상당수는 고흥산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브랜드 가치가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은 크다.

과거 완도 김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지난 12일 해양수산부는 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김 산업을 2024년까지 연간 수출 1조원(10억 달러) 규모의 수출주도형 식품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추진전략과 추진과제를 담은 '김 산업 발전방안'을 보고했다.

우리나라의 김 수출실적은 2016년 3억5000만 달러가 될 만큼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라면(2억9000만 달러), 인삼(1억3000만 달러)을 제치고 수출식품 3위를 차지했다. 최근 동남아를 넘어 구미에서 김이 반찬이 아니라 저칼로리 건강 스낵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각국의 김 생산·가공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태국은 한국에서 수입한 마른 김으로 가공한 스넥을 동남아, 중국 등지에 수출하여 큰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

해양수산부는 세계 김 시장의 성장과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김 수요 확대,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김 생산기반 조성,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창출이라는 3대 기본방향을 정하고 각각 5개 추진분야별로 세부과제들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정책은 김의 생산, 가공, 수출 등 전 과정에 걸친 추진과제와 지원사항을 담고 있는  최초의 종합적인 지원계획으로 평가된다. 정부계획대로라면 2024년에는 김 양식 어가들이 연소득 3~4억원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과거 완도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방안을 찾아보면 좋겠다. 

정부에서 김산업육성법 제정을 검토한다니, 지역국회의원을 통해 완도 김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제도마련과 지원을 적극 요구하여야 한다. 또한 김의 세계식품화를 위해서 민관 합동으로 구성하게 되는 '김 산업 발전협의회'에 완도의 대표를 보내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해남이 육종전복보급센터에 이어 해조류 신품종보급센터도 유치했는데, 김 종자 보급만은 완도가 주도했으면 한다.

해수부는 김 가공산업 육성과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경기도 화성에 예산 150억원을 들여 김 특화 수산식품 거점단지, 목포에 예산 1000억을 들여 김 수출가공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완도에서도 죽청리 농공단지를 확대해 김 가공 수출산업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중앙정부에 예산지원을 요청하면 좋겠다. 국내시장에서도 물 김, 건조 김 할 것 없이 경쟁이 치열한다. 결국 완도 김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품질 브랜드를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휴경, 순환 양식 등 어장이용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이 필요한 이유다.

김은 건조방식에 따라 맛이 많이 차이난다. 자연건조는 노동력이 많이 들어 문제다.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도 힘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살충제 달걀 등 파동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의식이 무척 높아졌다. 김의 때깔을 좋게 하기 위해 표면에 산을 뿌리는 일은 근절되어야 한다. 이는 관의 규제보다는 생산자 단체가 스스로 나서는 것이 좋다.

한번 실추된 이미지는 회복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강아지가 5만원권을 물고 다니는 완도를 꿈꿔본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