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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상왕봉, ‘보존과 개발’ 논란의 중심에 서다

완도군 ‘전망데크 정비사업’본격화…일부 산악인들 “자연훼손, 의견수렴 절차 안거쳐” 반발

  • 박주성 기자 pressmania@naver.com
  • 입력 2017.09.22 15:14
  • 수정 2017.09.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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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상왕봉 전망데크 조감도.

완도군이 지난 8월 28일 상왕산 안내시설·전망데크 정비사업 설계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상왕산 전망데크 정비사업을 본격화하자, 일부 등산객들이 반발하고 나서 상왕산이 ‘보존과 개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완도군 관계자에 따르면 상왕산 안내시설·전망데크 정비사업은 지난 5월경 상왕산 산이름 찾기 추진위원회(이하 상왕산 추진위) 회의에서 신우철 군수에게 사업을 제안, 지난 5월 1회 추경에서 3억5천만원(전망데크 예산 2억6천만원) 예산이 확보돼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상왕산 추진위원인 서인창 씨(완도군산악인협회 사무국장)는 “자연 그대로가 가장 좋지만 상왕봉이 좀 협소하다. 돌출된 곳도 있어서 전망데크를 조성하면 등산객들에게 더 안전한 곳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전망데크 정비사업이 자연을 크게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완도 '상왕봉' 정상의 모습. 봉수대와 '상황봉'이라는 표지석이 보인다. 최근 상왕봉은 일제강점기 때 봉우리명마저 “왕”자가 일황을 뜻하는 “황”으로 바뀌다고하여 이를 바로 잡고자 지명 정비·개정을 실시해 '상왕봉'이란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표지석과 봉수대 앞에 있는 상왕봉 안내도. 완도 상왕봉은 멀리 다도해를 바라볼 수 있는 조망이 좋은 곳이다.

그러나 상왕봉 전망데크 정비사업이 설계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화되자 이 소식을 들은 일부 상왕봉을 등산하는 완도 산악인들 중심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30년 이상 상왕봉을 오르내리고 있는 완도읍 이규현 씨(전. 완도군등산협회 회장)는 “상왕봉은 일출을 보러 오는 1월1일 외에는 공간이 그리 좁지 않다. 현재 상왕봉 국기봉의 태극기나 산불감시 카메라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전망데크를 만들어 놓으면 오히려 일부 몰지각한 등산객들의 쓰레기만 늘어날 것이다”며“전망데크 정비사업은 기존의 자연을 훼손하고, 나중엔 쓰레기 처리에 오히려 곤혹스러울 것이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씨를 비롯해 상왕봉 전망데크 정비사업을 반대하는 완도 산악인들은“상왕산 추진위의 본래 목적이 상왕산 산이름을 다시 찾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업을 제안해 자연을 훼손하는 것은 월권이다”며 완도군의 의견수렴 절차와 상왕산 추진위의 대표성 여부에 문제를 제기했다.

완도군 담당과와 상왕산 추진위도 사업추진 전 별도의 의견수렴 절차가 없었다는 것은 인정했다. 서인창 씨는 “좋은 취지로 사업을 제안했는데 얼마 전에야 반대의견을 들었다. 더 광범위한 의견수렴 추진 중에 있고,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면서 “반대의견 측과 만나서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완도읍 K씨는 “2억6천만원이나 되는 예산이 투입되고, 논란이 벌어질 사업을 제대로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추진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어떤 특혜성이 있는지 몰라도 이제라도 제대로 의견수렴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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