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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있는 그대로 보전해야

[독자 기고]이승창 / 전. 완도어촌민속전시관 관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9.30 13:07
  • 수정 2017.09.3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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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창 / 전. 완도어촌민속전시관 관장

누구에게나 어릴 적의 아련한 추억이나 가슴 속 깊숙이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마음의 고향이 있다. 완도 출신이라면 섬 중앙에 우뚝 솟은 상왕봉이 그런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상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면 발 아래로 사철 푸른 상록수들이 융단이 깔려있는 것처럼 펼쳐져 있고, 멀리 점점이 떠있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섬들을 볼 수 있으며,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제주도 한라산 정상‧영암의 월출산‧장흥의 천관산 등 명산들을 조망할 수 있는 있는 멋진 봉우리다. 그래서 상왕산은 완도 사람들 뿐만 아니라 외지의 많은 등산객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완도군에서는 일부 주민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상왕봉 정상에 전망데크를 설치하려 한다는 황당한 소식을 어제 산행 중 지인으로부터 듣게 됐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관계공무원에게 문의했더니 설계가 끝났고, 절차에 따라 공사를 시행할 계획이라며 양해해 달라는 답변을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필자는 전망데크의 설치는 없었던 일로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자연은 가급적 있는 그대로 보전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고, 전망데크를 설치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는 잃어버릴 손해가 더 많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건강을 위하여 등산을 취미로 매주 일요일에는 비가 오든지 눈이 내리든지를 가리지 않고 거의 빠짐없이 등산을 해온지가 30년 가까이 됐다. 그동안 전국의 수많은 유명산들을 올랐고, 매년 한 번 정도는 외국의 유명산을 오르거나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오지트레킹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네팔의 ‘랑탕국립공원지역 트레킹’을 다녀왔고, 올해 7월에는 18일 동안 프랑스‧스위스‧이태리 3개국을 아우르고 있는 몽블랑 산군의 둘레를 한 바퀴 돌아오는 ‘TMB(Tour du Mont-Blanc) 트레킹을 했으며, 마터호른과 융프라우 등 세계적인 명산들을 가까이서 바라보는 명산 트레킹을 했었다.

이번 트레킹에서도 우리보다 훨씬 앞서가는 선진국들은 산과 호수 등 자연을 관리하고 보전하는 방법을 보고 여러 가지를 느꼈다. 한 마디로 소감을 말하라면 ‘내가 가 본 그 어느 나라도 산을 우리나라처럼 많은 돈을 들여 괴롭히는 나라는 없다’는 것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단체마다 많은 예산을 들여 둘레길‧갯길 등을 가꾸고 등산로를 정비하는 사업을 유행처럼 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별로 필요하지 않은 곳에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계단이나 데크를 만들었지만 오히려 이용객들로부터 불평을 듣고 있고,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은 곳에 무분별하게 전망시설을 설치하여 등산객들의 외면을 받은 채 방치되어 있으며, 등산객들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잘못 표시된 이정표와 안내도를 과도하게 설치하는 경쟁을 하고 있다.

반면에 내가 가봤던 나라들의 대부분은 등산과 트레킹에 필요한 최소한의 편의시설과 안전시설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라면 마땅히 설치해놓았을 위험한 곳에도 안전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를 보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이유가 뭘까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얻은 결론은 자연은 본래의 모습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의 보전이라는 것이 그 나라들의 원칙이라는 것이다.

지방자치시대에는 구성원의 의사를 수렴하지 않고 행하는 일방통행식 행정은 멈춰야 한다. 많은 예산을 들여 주민들을 위한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라면 미리 많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걸친 후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일부의 일방적인 의견이 전체의 의사인양 오판하여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은 여러 가지 후유증을 낳는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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