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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고 쓰고 시리다고 말한다

[가을특집]가을, 완도 그리고...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9.30 13:32
  • 수정 2017.09.3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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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이 가을은 나의 내밀성의 다른 이름으로써 은밀한 생태의 이미지로써만 접근이 허용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 가을의 생태계. 가을 하늘은 내 몽상의 질료였다. 가을 하늘의 구름과 빛과 바람은 어리고 뽀송뽀송하고 착한 별들과 따뜻한 어머니 같은 음악들이 서식하는 곳.
가을의 풍경은 어느 가을날 남몰래 흐느끼기 위해, 입을 틀어막고 희미한 가을 속으로 들어간 자의 주소가 깃들어 있는 곳이기도 했다. 마침내 난 가을의 몽상 속으로 들어가 따뜻한 어머니의 비율로 이 가을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오후 세시와 네시 사이.
차가운 이성의 시간은 소멸되고 느슨해진 심장의 소리가  열리는 시간.
가을 하늘의 음계를 하나하나 짚어 나가자 소원했던 감정들은 수그러들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는 원시의 시선 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한다. 무엇을 하기에는 열정이 먼저 식어버려 머뭇거리게되고 행하지 못함으로 아쉬움이 쌓이는 시간.
서리태처럼 쏟아져 도랑물되어 흘러 가 버린 지난 시간들, 이루어 질 수 없는 일들. 아쉬워 하면 무엇하나. 아~ 어쩌겠는가! 내 삶의 괘도의 시각도 이쯤이 된 것을. 노을져가는 햇빛을 아름답다고  잡아 놓을 순 없지 않는가!
검은 밤 고요히 비추어 주는 달빛 또한  환해지리니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일 수 밖에...
 


이른 아침 숲으로 가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청솔모의 아침으로 분주하다. 입에 밤송이를 물고 이리저리 까망 얼굴을 돌리다가는 거침없이 나무에 올라가 버린다. 익을 대로 익은 진초록 나뭇잎 위로 티 하나 없는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가벼운 숲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읍사무소 화단의 꽃대를 올린 상사화!
어딜가시려나요? 아가씨! 마스카라를 한껏 올리고서! 
점심 무렵엔 군외면 다슬기체험장에서 만난 대박이 토끼 부부. 저들도 가을을 타나보다. 특히 암컷이 말야 하하하.
새털 구름 하나 쯤  옥의 티로 걸려있나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은 없고 선명한 형태의 하얀 얼레빗 하나가 외로히  박혀있다.
낮에 뜬 하현달이다. 날씨가 청명 할수록  보여지는 낮달. 항상 제걸음 잘 걷고 있는데  햇볕의 밝기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졌다해야하는 주종관계이거늘 알면서도 모르른 채  살갑게 내려다 볼 뿐이다.
어느 시인은 달은 영혼이 빠져나가는 구멍이라고 했다. 생을 다하고 각자 왔던 제 자리로 돌아갈 때 이 동그란 문 속으로 들어간다고.
오전 햇살이 연할 때 나타난 오늘의 낮달은 둥근 달이 아니고 살색도 아닌 흰 이즈러진 반달로 제 구실을 못하는것이 확실하니 선선한 바람 맞으며 잠시 영혼을 팔아도 괜찮겠다.
여명의 시간에 닿는 공기는 나이 어린 애인의 변심처럼 냉기가 돌아 낯설음에 움칫거리며 옷깃을  여미게 한다.
가을은 역시나 가을이라 쓰겠지만 시리다 라고 말하는 게 맞나 보다.
 

이영미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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