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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실 떠가는 배를 타고 섬마을을 찾다

[특집]완도신문 이동영화관 동행기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9.30 18:47
  • 수정 2017.09.3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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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창 / 전 완도어촌민속전시관 관장

섬에 산다는 것은 육지에서 답사나 휴가를 즐기기 위해 잠깐 섬에 머물렀다 되돌아가는 사람들이 맛보는 낭만과는 동떨어진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의 연속이다. 환상과 현실의 차이라고나 할까.지난 주말에 완도신문사의 ‘찾아가는 영화관’ 팀과 함께 완도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9㎞에 있는 대모도를 뱃길로 한 시간을 항해하여 찾았다. 이 거리는 육지에서는 차로 5~6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짧은 거리다.

우리 일행이 내린 곳은 대모도의 두 마을 중 서쪽 바닷가에 자리잡은 모서리라는 마을이었다.
미리 연락을 받은 동네 이장님의 안내로 영화를 상영할 마을회관으로 이동했다. 여느 섬마을과 마찬가지로 이 마을도 살고있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고령의 노인들이었다. 마을방송을 통하여 영화관이 들어와 곧 영화가 상영된다는 안내방송을 되풀이하자 잠시 후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이 하나 둘 마을회관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스탭들이 회관 안에서 스크린과 프로젝트, 음향장치 등을 서둘러 설치하고 나니 상영준비가 모두 끝났다. 빈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고 영화상영에 적당한 어둠을 유지하기 위해 창문을 모두 막아야만 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공기가 잘 통하지 않고 여전히 늦더위가 남아있어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관람여건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걱정이 됐다. 차라리 늦은 밤이라면 야외에서 상영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현실은 그런 여건을 허락하지 않았다.아직은 낮의 밝은 기운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영화상영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고 영화를 보기 위해 모여든 주민 50여 명을 대상으로 오후 다섯 시가 지나서 한국영화 한 편을 상영하기 시작한다. 주민들은 금새 영화에 빠져들었다.

영화상영이 시작된지 한 시간 반쯤 지났을 때 여러 명의 여자 분들이 회관 밖으로 나와 집으로 돌아간다. 영화상영이 끝난 줄로만 알았는데, 회관 안으로 들어가니 남자들만 남아 영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영문을 몰랐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저녁식사 준비할 시간이 됐고, 나이가 들어 허리나 무릎 관절들이 아픈 분들이 많아 오랫동안 앉아있지 못하고 돌아간 것이었다. 완도신문사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 사업은 문화소외지역 주민에게 영화관람 기회를 제공하여 소외받고 있는 섬마을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주민의 문화적 자부심 고양하는 등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여 주민들의 화합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첫 번째 사업이다.

첫술에 배부를리 없지만 취지는 좋은 사업으로 이번 첫 상영에서 드러난 부족한 부분을 하나 둘 고쳐나간다면 섬마을에서 문화혜택을 제대로 맛보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아주 좋은 사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바람에 실려 두둥실 떠다니는 돛단배처럼 문화의 사각지대인 섬마을의 구석진 곳을 향하는 ‘찾아가는 영화관’ 사업이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오랫동안 계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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