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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은 목욕탕 가는 날

<손순옥 객원기자>의 STORY 완도 2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9.30 19:04
  • 수정 2017.09.3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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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과거에는 여행이니 무슨무슨 문화니 하는 말들은 그저 국어사전에나 나올 법한 단어였지, 일상에서는 거의 사용할 일이 없었다.
요즘 세대야 상상도 할 수 없겠으나 목욕이란 말도 그랬다. 일 년에 두~어 번 추석, 설 명절에나 하는 행사 같은 거였으니 특별하게 쓰이는 단어였다.
내 기억에 완도 읍내에는 청수탕, 완도탕, 광명탕이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청수탕 한곳만 있었고, 그후로 군청 밑 완도탕, 그리고 읍내에 광명장이라는 고층(5층)이 세워지면서 그 건물에 제법 규모가 큰 목욕탕이 생겼다. 초등학교 몇 학년 때인지 가물가물 하지만 친구들과 최신시설 구경 한다고 광명탕에 떼로 몰려가 놀았던 일도 기억난다.
옛날 목욕탕 풍경을 떠올리자니 피~식 웃음부터 나온다.
선생님을 만났던 일, 가끔 어떤 염치없는 엄마가 큰 사내아이를 여탕에 데리고 들어와 모두를 민망하게 했던 일. 때가 둥둥 떠다녀도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 목욕바구니 대신 세수대야 옆구리에 끼고 목욕 가는 것도 하나의 자랑거리였다. 모든 것이 귀하던 그때는 때타올이나 비누, 수건 등 뭐든 빌려 써도 염치없는 일은 아니었고, 서로서로 나누는 정이었다.
이처럼 누구든 목욕탕 하면 떠올려지는 기억 하나쯤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제는 목욕탕 풍경도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등 밀어 주는 품앗이도 무엇을 잠깐 빌려 쓰는 일도 하지 않는다. 돈이면 다 해결된다. 눈치 봐가며 부탁하는 게 궁색해 보인다. 몇 해 전 담양 온천에 갔을 때 일이다 .
때를 좀 밀까 해서 옆에 젊은 애기엄마에게 “저~어 때 타올 잠깐만 빌릴 수 있을까요?”했다가 낭패를 본적이 있다. ‘멀쩡하게 생긴 아줌마가 상식 없이 무슨 이런 경우가 있느냐!’는 듯 째려보았다. 아차! 싶었다.
이 일을 우리 딸에게 마치 흉보듯이 “요즘 젊은 엄마들 정말 인정머리 없드라!”고 했더니, “엄마, 한 개 사서 쓰지  비위생적으로 그랬냐!”는 핀잔만 되레 들었다. 사실 옛날엔 그런 민폐 정도는 情이었는데 말이다.
곧 추석이다! 이번 명절엔 달라진 목욕탕 문화와 예의에 대해 얘기 나눠보면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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