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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취나물꽃, 흰쌀밥에 된장나물

[완도의 자생 식물] 17. 취나물꽃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7.09.30 19:20
  • 수정 2017.09.3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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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나물은 봄나물 중에 최고로 꼽는다. 여기에서는 산나물이라고 부른다. 산에서 나는 나물로는 제일 맛이 좋아 산물이라고 부른지도 모른다. 냉장고가 없는 시절에는 햇볕에 말렸다. 지금에야 여러 방법으로 저장한다.

때와 관계없이 먹을 수 있어 풍요로운 시절이다. 그러나 아쉬움도 남는다. 시절에 맞게 그리고 간소하게 먹여야 하는데 너무 복잡해졌다. 입은 하나인데 뭘 그리 복잡 다양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다음 주는 추석 명절이다. 고향을 찾는 사람들은 부모님이 있어 찾아오겠지만 그리운 추억도 있다.

이른 봄에 말려놓았던 취나물과 밥 한 그릇이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지난봄 냄새로 되돌아가는 느낌이 들 것이다. 지금은 취나물 꽃이 한창이다. 산어귀에서, 무덤가에서, 텃밭에서 하얗게 무더기로 피었다. 꽃을 보는 데에는 사건과 중첩돼있다.

주로 사람들과 관계에서 비롯되어 좋은 관계 속에서 꽃을 보게 된다. 그래서 꽃은 사람이고 그 속에 사랑과 우정이 함축되어 있다. 어머니는 없는 집안에 자식 학교 보내기 위해 취나물을 캐어 시장에 내다 팔았다.

봄이면 식구들 입맛에, 말려 두었던 취나물은 지난 이야기를 담아 두었다. 한 무더기 취나물 꽃을 보니 지난 날 이야기를 꺼내 보인 듯하다. 산에서 자생하는 취나물은 섬유질 나물이다.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크게 둘로 북쪽에 곰취와 남쪽에 취나물이 서식한다. 취나물은 아주 작은 씨앗이지만 멀리 갈 수 있는 데에는 깃털이다. 늦가을에 작은 먼지처럼 날아 다린다. 취나물은 향이 독특하다. 남도 사람들은 향이 있고 센 음식을 좋아한다. 갓김치는 향이 독하기 때문에 강한 젓갈을 넣는다. 강한 것은 강하게 풀어야 제대로 된 음식 맛을 낸다.

정서적 문화도 약한 것은 약하게 강한 것은 강하게 형성되지 않나 생각된다. 된장 한 가지로 여러 음식 맛을 내는 데 요즘은 제목만 풍성하게 해 복잡하게 만들어 낸다. 이것은 대량생산에서 비롯된 산업식단이다. 자본만 있으면 먹거리를 창출해 낸다.

소수의 생산자가 다수의 소비자를 죽이는 격이다. 이러한 구조를 당장은 힘들더라도 장기적으론 자연식품으로 방향을 틀어야한다.

자연에서 직접 얻어 먹어봐야 하늘에 대한 고마움도 알고 감사하게 먹을 줄 안다. 그러면 몸과 마음이 얼마나 즐겁겠는가.

9월의 마지막 주 오늘은 취나물 꽃이 유난히 희다. 흰 쌀밥에 된장에 묻힌 산나물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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