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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초의 미사일, 완도 붉가시나무

[힐링 완도]전라남도 완도수목원 특집 1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7.10.29 09:50
  • 수정 2017.11.08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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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조선 수군이 사용한 대장군전 몸통 중간에는 '가리포 상 김등 조'(加里浦 上 金等 造)라는 글씨가 해서체로 적혀 있다. 이는 전남 완도에서 김씨 장인이 만들어 진상한 것을 뜻한다.[국립진주박물관 제공]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
이충무공의 고민.
‘조선수군이 선제 공격으로써 왜수군을 무력화 시킬 수만 있다면?’ '이 왜란을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왜병들이 육지에 도달하기 전, 해상에서 그들을 먼저 제압해야 한다는 것'

당시엔 대형 목선을 제작하는 기술이 아직 나오기 전이라 무거운 화포 배치가 힘들었고, 장착할 수 있는 화포 숫자도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해상전에 돌입했던 수군들은 대부분 배를 목표로 하는게 아니었다. 상대측 선원을 죽이거나 배에 불을 지르고 혹은 여러 방법으로 돛대를 부숴 상대의 기동력을 없애는 게 목적이었다. 
 

대장군전 발사 재현 장면.


아군의 전선과 적군의 전선을 50m 이내로 접근시켜 조총이나 활로 사격하거나 혹은 병사들이 적함으로 넘어가 싸우는 백병전 형태였다. 왜수군은 이런 당시 해전에 맞춰 기동력이 좋고 빠르고 가벼운 배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배의 내구성은 낮았고 함포사격 또한 취약한 편이었다. 적의 약점을 꿰뚫어 본 이충무공은 적어도 500m~1km 전부터 적의 함선을 무력화시키는 해상전을 그렸다. 이는 이미 400여 전 현대식 함포 공격을 구상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혁명적인 무기가 필요했고, 이를 조선수군이 보유할 수만 있다면, 승리는 조선의 것이라는 필승의 신념.
이충무공은 이 혁명적인 무기를 만들기 위해 지금의 완도인 가리포의 김씨 등에게 하명하길, "그대는 이제부터 천자총통의 발사대를 이용해, 가장 가볍지만, 가장 멀리, 가장 빠르게, 그러면서도 적에게 가장 치명상을 줄 수 있는 무기를 만들라!"

김등은 이충무공의 하명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채, 쇠가 아닌 가장 단단한 나무, 탄소 저장량과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가장 높은  붉가시나무를 떠올렸다. 이 나무가 마르면 못이 들어가지 않을 만큼 단단해져 배의 노와 키를 만드는 나무로 제격이었는데, 완도 상왕산엔 이 붉가시나무가 80%로 흔했다.

대장군전 규격. [국립진주박물관 제공]


2년 이상 묵은 나무로, 총길이 2m46cm,지름은 10cm, 그 무게는 56근 3냥(약 33.7㎏)으로 나무엔 철을 덧씌우고 머리 쪽에는 철로 된 탄환을 붙이고 철로 만든 날개까지 달았다. 드디어 탄생. 완도의 붉가시나무로 만든 세계 최초의 미사일, 대장군전(大將軍箭).

당시 명나라의 탄환은 200보, 왜군의 탄환은 100보를 발사했으나 대장군전의 사정거리는 900보(약 1.6㎞)였고, 최대사거리는 6리(약 2.4㎞)에 이르렀다. 조선시대 무기 중 도저히 조선시대 것으로 보이지 않는 무기. 이충무공이 천자총통에 화약을 넣고 사격 실험을 하자, 그 단단한 바윗돌 꿰뚫고 들어가 80cm를 관통했다. 이 어마어마한 위력은 한 방에 적선을 침몰시킬 정도로 강력했는데, 왜수군들은 "조선군이 대들보를 쏴대서 병사들이 혼란에 빠졌다" "조선군이 쏘는 화살은 통나무만하다" 고 말할 정도였다.
 


생긴 것도 현대 대함미사일인 하푼미사일과 거의 비슷한데, 대장군전은 세계전쟁사에도 매우 중요한 무기 중 하나로 해상전에서 대인용 무기가 아니라 함선에 직격하는 대함용 무기로는 최초의 무기로 알려져 있다.

전세계에 걸쳐 이 대장군전은 딱 하나 남아 있다. 안골포 해전에서 이순신에게 참패해 전 함대를 잃고 구사일생으로 탈출했던 구키 요시타카(九鬼嘉隆)는 자기 배에 박혀있던 대장군전 1발을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가져다 보여주고서, 고이 간직해 가보로 삼았다. 구키 가문의 기록에선 1593년 부산 해전에서 노획했다고 적어놨다는데, 역사학자들은 패전의 굴욕을 감추기 위해 노획했다고. 이 대장군전은 구키 요시타카의 후손인 구키 다카쿠니(九鬼隆訓) 씨의 협조를 얻어 국립진주박물관이 정유재란 7주갑(420년)을 맞아 지난 7월 25일 개막한 특별전 '정유재란 1597'에서 지난10월 22일까지 되기도 했다.

한편 국립산림과학원이 “우리나라 주요 수종에 대한 온실가스 탄소배출계수 개발로 지구온난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필요한 산림부문 탄소 흡수ㆍ저장량의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게 됐다”며 “단일수종으로는 입방(m3)당 가장 많은 탄소를 흡수·저장하는 붉가시나무가 기후변화 대응 수종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완도수목원에서는 대장군전 재료로 쓰이며 최고의 숯 재료라는 붉가시나무 가마터를 복원해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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