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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완다가 완성, 객사에서 차 나들이

[가을특집]가을, 완도 그리고...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7.11.08 09:53
  • 수정 2017.11.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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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
한 잔을 마시니
입술과 목구멍이 촉촉해진다.
두 잔을 마시니
외로움과 고민을 풀어준다.
석 잔을 마시니
마른 창자에 지식이 채워지고
영감이 떠오른다.
넷째 잔을 마시니
가벼운 땀이 나서
평생 불평스러웠던 일들이
땀구멍을 통해 다 빠져 나가고
다섯째 잔을 마시니
뼈마디가 시원해지고
여섯째 잔은 신선과 통하게 되고
일곱째 잔은 마시기도 전에
양 겨드랑이에서 시원한 바람이 일어난다.

차를 통해 우화등선(羽化登仙)한다는 당나라 때의 칠완다가(七碗茶歌)다.
그렇다면 여덟째 잔을 마셔 팔완다가(八碗茶歌)를 완성해야겠다.
 


이슬을 머금은 갈대꽃이
햇살에 피어나고
그 햇살을 껴안는 바닷물이
찰랑거리며 반짝거릴 때
그것을 꽃과 윤슬이라고 이름하겠지만
나는 너라고 보고 너라고 머금는다.
그래서 넌!
나의 언어를 창조하는 피요,
나의 문장을 만드는 살이며,
어휘들의 생명을 불어넣는 일용한 명사이면서, 단어의 의미를 빛나게 하는 형용사이면서, 내 행위와 가치를 지배하는 동사의 힘으로써 전지전능한 문법이 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아름다움이라 말하며
하여!
입 안 가득 가장 오래토록
머금고 싶은 아름다움의 정수인
그대를 차 한 잔에 띄워
호남제일번 객사에
홀로 앉아 음미하노니,
그대와 함께
온세상의 맑은 바람이 되어
아! 향기롭구나!

 


완도문화원에서는 지난 1일, 차 명인과 함께하는 완도객사 나들이 시간을 가졌다.
주민들과 국악과 함께 차를 마시며 완도객사의 정취를 느끼며, 정영래 문화원장은 "이번 차와 함께하는 나들이는 완도에서 갖는 첫번째 차 자리로, 우리나라 차문화는 장보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장보고 대사는 당나라에서 처음으로 차를 가져와 우리나라에 심었고 당시 대중국 수출품목이었던 녹청자는 차를 마시기 위한 명품 산업으로 일궜던 경제정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조선시대의 국교가 유교로 정해지면서 차문화가 쇠퇴해졌지만 차문화의 비조 초의선사로 이어지면서 이후엔 완도사람들인 범해선사, 각안대사, 그리고 대흥사 주지였던 박영희에 의해 차문화는 발전되는데, 우리나라 차문화는 완도사람들에 의해 주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청해진 다원 원불교 김덕찬 교무는 "차의 발상은 정영래 원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외래설도 있지만, 우리나라 풍토를 볼 때 자생했을 가능성도 높다. 차는 단순히 마실거리의 차원을 넘어 동양에서는 정신문화로 꽃피웠다." 고 말했다. "특히 동양에서 차는 예술적인 규율안에서 격식있게 마시는 의식을 만들었으며 거기에 정신적 의미를 부여한 철학의 진수가 담긴 것이다"고 전했다.

완도산림조합 박진옥 조합장은 "전통적인 산림분야의 1차 사업들로는 우리의 미래를 상상하기 어렵다. 이제 휴양, 치유, 교육, 문화, 관광등 타산업과의 융 복합을 이뤄내고 있는 시점에서 장보고 대사에 의한 차문화의 발상지 완도에서 이러한 힐링의 시간은 큰 관광 상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노기욱 전남 이순신연구소 소장은 "정갈한 숲의 향을 우리는 마신 것 같다. 간결하고 명확한 몸짓으로 우려내는 차. 한 손 밑의 다른 손... 손가락 마디 마디에 물이 흐르고, 부드럽고 분명하게 따라진다. 시원한 도자기의 그 멋!을 마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 또한 난중일기에 토사곽란으로 토질병에 고생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우리의 차를 마시며 몸과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고 전했다.
 


이날 차봉사에는 김진자 예헌갤러리 원장과 전통찻집 다우의 허승자 대표가 담당해줬고, 김태복 도서관장과 김광호 문화재 계장과 지역민들이 참석했다.

이번 차 나들이의 대미는 판소리 최원환 명창의 사랑가 한 대목으로 끝이 났다.

도련님은 어찌 이렇게 즐거운 날 
사후 말씀을 하나니까!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이이이이 내 사랑이로다
아매도 내 사랑아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내 사랑아 시금털털 개살구 작은 이도령 서는 듸 먹으랴느랴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어라
걷는 태를 보자 빵긋 웃어라 입속을 보자
아매도 내사랑아! 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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