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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만나는 가장 진실한 야생화

[완도의 자생 식물] 24. 좀작살나무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7.11.18 13:37
  • 수정 2017.11.1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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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 돌아가는 강물에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산언덕은 바람에, 골짜기 물길에 굽이 돌아간다고 아무 말 하지 않는다. 산 위에서, 하늘에서 세상이 굽이 돌아간다고 아무 말 하지 않는다.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굽이 돌아가야 부딪치지 않는다. 자연은 이렇게 수없이 가르치고 있는데 금수강산을 망가트리고 있다. 11월은 추풍낙엽의 계절이다. 아무리 높은 권세라도 10년을 가지 못한다. 입이 열 개 있어 봐야 소용없다. 자연은 진실만 말한다. 문명의 탈을 쓰고 자연을 망가트린 죄는 영원한 죄다. 지금 이 땅은 우리들의 땅이 아니다.

길이 후손들에게 물려 주워야 할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지만 작살나무의 열매는 여름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산언덕에서 강물이 굽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은 하염없이 좁다고 한다.

자연을 닮았으면 세상은 자유롭게 흘러갈 터인데. 작살나무는 마편초과의 낙엽이 지는 넓은 잎의 작은키나무로 산기슭에서 주로 자란다. 높이는 1~2m 정도 되며 줄기는 여러 대가 모여서 늘어지며 자란다. 열매는 둥근 모양의 핵과로 10~11월에 익는다. 처음엔 녹색이고 점차 연보랏빛으로 변한다. 약효로는 일시적인 지혈 효과가 있고 위궤양을 인한 출혈, 코피 나는 데, 잇몸 출혈, 월경과다, 자궁 출혈에 좋다.

"작살"의 사전적 의미는 작대기 끝에 뾰족한 쇠를 삼지창처럼 박아 물속의 물고기를 찔러 잡기에 편리하도록 만든 기구를 말하는데 작살나무의 가지에 달린 겨울눈의 생김이 마치 물고기를 잡는 도구인 작살과 유사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열매가 여름의 끝자락에 달리기 시작해서 삭풍이 몰아치는 한겨울까지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어 지난 계절을 생각나게 하고 새들의 좋은 먹이가 된다. 삶은 가득 채워 넣기만 하지 비워두지 않아 그 자유로운 영역을 느낄 줄도 모르고 살아간다. 가장 부드럽게 돌아가는 것이 자연이다.

그렇게 돌아가다 강물을 만나고 산길을 잘못 들어 문득 산사나무 붉은 열매도 만나고 가끔 쉬어가다가 보랏빛 열매가 달린 좀작살나무도 만난다. 이것이 자연이 주는 진정한 삶인데 문명의 도구를 타고 직적으로 가려고 하니 마음이 허무해진다.

굽이 돌아가지 않고 가장 진실한 야생화를 볼 수 없다. 순수한 자연은 아무 목적 없이 돌아가면 진실한 속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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