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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동상 건립 반대와 어른거리는 김종식 흉상의 그림자

[독자 기고]이승창 / 전. 완도어촌민속전시관 관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12.01 09:35
  • 수정 2017.12.0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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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창 / 전. 완도어촌민속전시관 관장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구리로 부어 만들거나 구릿빛을 입혀 만들어 놓은 기념물인 동상은 입상(立像) ·좌상(坐像) ·흉상(胸像) 등이 있는데, 이는 특정 인물의 기념상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기념물로서의 동상이 처음 세워지게 된 것은 서양식 조각기법이 전해진 한말 이후부터라고 한다.

근세 들어 우선 떠오르는 동상은 구 소비에트 연방의 상징과도 같은 ‘레닌 동상(Lenin Statue)’이었다. 영원히 존재할 것만 같았던 레닌 동상은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고 러시아로 재편되면서 철거됐고, 정신적으로도 러시아에서 사회주의는 막을 내리게 된다.

며칠 전 서울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 건립을 놓고 찬반 양 진영이 대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생 100돌을 맞아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내에 동상건립추진모임이 제작한 4.2m 높이의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기 위해 기증식을 가졌는데, 이 과정에서 동상 건립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와의 충돌이 벌어졌다.

우리 군에서도 청산도 외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 입구에 불법으로 세워진 전임 군수의 흉상 철거를 놓고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13년 7월에 제막된 흉상은 현직 군수의 흉상을 자신이 재임하고 있을 때 건립했다는 것과 제막식에 당사자인 군수가 직접 참석해서 기념촬영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이 됐다. 이후 같은 해 10월엔 누군가에 의해 오물을 뒤집어쓴 흉상의 모습이 언론에 공개돼 다시 한 번 웃음거리가 됐다.

2014년에는 군의회에서 추진과정에서의 농지 불법전용과 행정재산의 불법 사용 문제가 불거져서 철거하거나 다른 장소로 이전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었으나 군 집행부는 이를 즉시 시정조치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었고, 군의회에서도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아 철거나 이전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최근 군의회의 군정질문답변 과정에서 전임 군수의 흉상 철거와 건립과정에서의 불법과 위법 행위를 저지른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군 집행부의 답변은 여전히 미온적이고 원론적이었다. 분명 불법적이고 위법한 일이 발생했는데도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해야 할 행정기관이 무슨 이유로 미적거리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지난 5월 촛불혁명으로 새롭게 탄생한 문제인 정부는 일부 수구 세력의 저항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부에서 저질렀던 여러 가지 적폐를 말끔히 청산하고 새 출발을 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 정부를 이끌었던 기득권 세력들은 ‘정치보복’이라고 항변하면서 저항하고 있지만, ‘적폐청산’은 정치보복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된 일들을 올바르게 고치고 그 과정에서 잘못을 저지른 일이 있으면 관련자들이 그에 상응한 책임을 지면 되는 일이다.

적폐청산에 대해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법을 어기고 죄를 지어 법망에 걸린 공직자는 자신의 죄를 면하기 위해 상관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책임을 회피하는데 대해, ‘이(利)에 유혹되어서도 안 되고 위세에 굴복해서도 안 된다. 비록 상사(上司)가 독촉하더라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不爲利誘 不爲威屈 守之道也 雖上司督之 有所不受:守法)‘고 하여 불법적 지시에 무조건 따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정희 동상의 건립을 놓고 서로 대립하며 반대하는 소식을 접하면서 여전히 아무 일 없다는 듯 제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김종식 흉상의 어두운 그림자와 적폐청산이란 단어가 겹쳐서 눈앞에 어른거린다. 우리 지역에서의 적폐청산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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