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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체덕지(體德智) 교육을

[완도 시론]정병호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12.01 21:10
  • 수정 2017.12.0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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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지난달 고향 후배들을 찾아갔다. 완도고 2학년생들을 상대로 하여 특강을 하기 위해서다. 주제는“대학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였다. 처음으로 완도고 교정에 들어간 순간 적이 놀랐다. 왼쪽에 지은 지 얼마 안돼 보이는 웅장한 건물이 떡 버티고 있었다. 2015년 완공한 신본관이란다. 오른 쪽 언덕에는 기숙사가 줄지어 있었다. 동백학사, 청해학사, 장보고학사에 200여명의 학생이 생활한다고 한다. 교감선생님 설명을 들으니 교육과학기술부의‘기숙형공립고’,‘자율형 창의경영학교’지정, 전남교육청의‘거점고등학교’선정으로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배우던 필자의 학창시절이 생각났다. 세월이 흘러 나라 살림이 여유로워 졌음을 감안하더라도, 무척 좋은 환경에서 배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보다 더 좋은 시설을 갖춘 고등학교는 별로 없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필자가 어렸을 때는 아이들이 여름만 되면, 선창가에 모여 수영을 했다고 하니, 놀라는 눈치다. 자기들은 해남 실내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긴단다. 속으로 짠물 맛도 잘 모르겠구나 생각했다.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고향의 미래가 완도고 학생들에게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름 열강을 하려고 노력했다. 대부분은 경청했지만, 조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선생님께서는 스마트폰을 밤새도록 만지작거리는 학생들도 있다고 귀뜸해 주셨다. 그러나 주된 이유는 학업에 지친 학생들에게 재미없는 강의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니 다 이해가 됐다. 특강에서 필자는 중세 유럽에서 법학·의학·신학을 중심으로 대학이 탄생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학문연마와 직업교육 가운데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후배들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고향의 후배 학생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이 있다. 물질적 조건은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대학입시 공부로 인해서인지 심신이 무척 지쳐보였다. 여느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학교의 모토인 지덕체(智德體)에 따라 공부를 우선으로 하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근세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는 덕(德)교육과 지(智)교육에 앞서 신체교육을 중시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체덕지(體德智)를 바탕으로 하여, 소질을 본성에 따라 발전시켜야 행복한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필자가 학교 다닐 때도 학교의 모토는 지덕체 순이었지만, 체육시간 말고도 짬이 나면 운동장 이리 저리 뛰어 다녔던 것 같다. 점심시간 때 작은 고무공 하나를 가지고 전교생이 뛰어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완도고 신본관 왼쪽에 훌륭한 운동장이 있다. 공부도 좋지만 열심히 뛰어 체력을 연마했으면 좋겠다. 특강 말미에 ‘잡념이 생겨 공부가 잘 안될 때,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땀이 흠뻑 젖을 때까지 그냥 운동장을 뛰어보라고 권했다.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 푸는 데는 운동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자식들을 가능하면 오래 붙잡아 공부시키는 것을 바랄 것이다. 대학입학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같은 학부모로서 이해가 가는 면도 있다. 하지만 자식들의 인생을 좀 길게 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한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최고’라는 말에 동의한다. 그런데 건강의 기초는 바로 청소년기에 마련된다. 그러니 학업 못지않게 운동도 열심히 하도록 해야 한다. 또 운동을 함께 하면 학업성과도 배가된다. 후배들이 완도 선창가의 짠물 맛은 잘 못 보더라도, 운동 후 땀의 짠맛은 많이 보게 되면 좋겠다. 젊은 후배들과의 만남은 필자에게 오랫동안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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