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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슬퍼하지 마라

[에세이-선물을 전하다]김숙희 / 자영업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12.09 13:47
  • 수정 2017.12.0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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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희 / 자영업

“78년 동안 함께 살았던 아내를 죽인 못된 남편이 되었다 살만큼 살고 둘이 같이 떠나니 너무 슬퍼하지 마라" 이글은 오래전 5월 가정의 달에 자식들에게  장례식비용 250만원과 함께 달력뒷장에 남겨 놓은  어느 할아버지의 유서 내용이다.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 먼저 세상을 떠날 것을 염려한 남편이 늙은 아내와 함께 죽음을 선택하면서 자식들에게 써놓은 유서의 내용은 급작스런 고령화로 인해 준비하지 못해서  준비되지 못한 노후를 맞이한  우리나라의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럽이나 미국은 오랜 시간을  거쳐 고령화가 진행된 반면 우리나라는 30년도 안되어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우리 부모의 시기만 해도 60대까지 일하고 70대쯤이면 세상을 떠나신 분들이 많아 노후준비를 못하신 우리부모님 세대는 지금 준비하지 못한 안타까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민연금이 시행된 1988년 그 때 가입하셨던 분들은 그때 조금 더 가입할 걸 하는 후회를 하신 분들이 많다.

평균수명이 65세였던 때를 생각하면 부모님들이 예측을 못하신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준비하지 못한 부모의 몫이 고스란히 자녀에게로 넘어간다는 사실이 요즘은 내 마음을 많이 무겁게 한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의 나이 48~50이 되면 그때부터 저축가능이 불가능해진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왜냐하면 큰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지는 시기가 되기 때문에 그 때부터 막내가 대학졸업하기 전까지 10년 정도는 여유가 없다. 그리고 그 기간이 인생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힘든 때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대학졸업장이 있어야 무엇인가 해볼 수 있게 만들어진 우리나라에서 통배짱으로 대학에 보내지 않을 만큼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자녀들의 뒷바라지 하다보면 정작 우리들의 노후준비는 부실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부익부 빈익빈의 세상은 대를 이어 가는지도 모르겠다.“너무 슬퍼하지 마라”유서를 남기고 아내와 함께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의 동영상을 보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지금은 소수일 뿐이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할지 모른다.주변에 아무도 없이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는 독거노인들의 수가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사회복지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개인이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노후가 쓸쓸하고 외로워질지도 모른다.
한살이라도 더 일찍 조금씩이라도 우리의 노후를 위해서 준비하는 지혜로움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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