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싱싱콘서트의 주객전도(主客顚倒)

[취재수첩]박주성 / 본보 취재부장

  • 박주성 기자 pressmania@naver.com
  • 입력 2017.12.09 13:51
  • 수정 2017.12.09 13:55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객전도(主客顚倒)란 주인과 손님이 뒤바뀌었다는 의미의 한자성어로, 중요도에 따라 주(主)가 되는 것과 부수적(附隨的)인 것의 순서나 앞뒤의 차례가 바뀐 경우를 말한다. 사물(事物)의 중요성과 중요하지 않은 것, 급한 일과 급하지 않은 것, 선후(先後) 따위의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말이다.

강진마량놀토수산시장의 대박으로 완도군은 주말장터 모델로 대응전략을 짜 지난해 주말싱싱장터를 도입했다. 그러나 3억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별반 실적과 감동을 주지 못해 평가가 썩 좋지 않았다.

그나마 올해 싱싱콘서트는 문화공연 중심으로 방향을 튼 것이 주요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올해 싱싱콘서트를 운영하는 실무라인을 보고 있자면 주객전도란 말이 스쳐갔다. 바로 본말이 전도된 업무의 속성 때문이다.

지난해 처음 주말싱싱장터를 시작할 때 포맷은 특산물 장터가 중심이었다. 올해는 지난해 주말싱싱장터를 반면교사 삼아 메인인 특산품 장터와 먹거리 장터도 없애고 문화공연 위주로 변모했다. 업무의 속성으로 본다면 주말싱싱장터는 경제산업과가, 싱싱콘서트는 문화체육과나 관광정책과 기획파트가 맡아야 제격이었을 텐데 지난해와 올해 주말싱싱장터와 싱싱콘서트의 주요 실무라인은 관광정책과 위생계였다.

위생계는 글자 그대로 식품·공중위생업소 인허가 및 행정처분, 위생업소 지도단속 등 위생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완도군청 부서다. 지난해도, 올해도 특산물 판매, 문화공연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업무를 지닌 부서가 주객전도된 업무를 맡아 추진해 온 속 마음은 어땠을까.

그나마 죽쑨 지난해 주말싱싱장터 평가를 뒤로 하고, 선전한 올해 싱싱콘서트를 마무리하면서 고생한 위생계 직원들에게 심심찮게 본연의 업무를 뒤로하고 싱싱콘서트에 올인했다는 씁쓸한 얘기도 들려왔다. 

아무리 능력이 좋더라도 그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그런 능력은 무의미하다.
물고기가 바닷물을 만나야 뛰어놀 수 있듯이, 주객전도된 싱싱콘서트 업무의 진짜 주인을 찾아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냥 나온 소리가 아니라 처음 관광정책과 위생계가 싱싱콘서트를 맡았을 때부터 나왔던 말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박주성 / 본보 취재부장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