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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종일 보리밭 매도 뚝새풀은 보리밭에 그대로

[완도의 자생 식물] 29. 뚝새풀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7.12.30 18:06
  • 수정 2017.12.3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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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새풀은 남도에서는 독새기라고 한다. 인간적으로 몰인정 하는 사람에게 독새 같은 놈이라고 한다. 독새라는 말은 독사 또는 독수리의 방언도 있다. 이른 봄에 폭신폭신한 초록 들판이 되어 사료가 없던 시절 가축의 먹이로 이용했다. 그런데 왜 둑새기풀을 독한 놈으로 말해 왔을까? 아마 보리밭에 앉아 있는 어머니가 안타까워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늘 종일 보리밭을 매도 둑새풀은 보리밭에 그대로 앉아 있다. 그만큼 둑새풀이 많았다는 뜻이다. 모내기 전 논에는 온통 둑새풀 천지였다. 연한 녹색의 이삭에 흰색, 갈색 꽃밥이 덮여 있다.

뚝새풀은 두해살이풀이다. 이미 지난가을 싹이 터서 한겨울 추위를 겪는다. 볏과 식물에 속하는 잡초인 뚝새풀은 냉이, 별꽃, 벼룩나물 광대나물과 함께 추운 겨울을 넘겨야 한다. 어린 둑새풀은 나물로도 먹는다고 하는 데 실제 먹어보지는 않았다. 별꽃인 곰밤부리는 배추밭에서 많이 보인다.

따뜻한 남도에서만 자랄 수 있어 특유한 음식이 됐다. 끓이는 물에 약간 데쳐 물기를 쭈욱 뺀 된장 무침은 아주 담백한 맛을 낸다. 겨우내 비타민이 부족한 시절에는 곰밤부리 무침으로 보충했다. 생태 음식은 그 지역의 실질만 추구한다. 자연과 더불어 만들어 낸 음식은 거짓이 없다. 5일 시장에 나온 할머니들의 바구니에는 보리와 냉이가 가득 차 있다. 삶의 진실을 충만하게 담아둔 것처럼 보인다. 냉이 꽃이 피면 보리피리 소리가 들린다.

진실 된 삶은 시작도 끝도 없다. 한데 뭉뚱그려 놓아도 변함이 없다. 요즘은 독새같이 살아도 삶의 질은 좋아지지 않는다. 민중을 잡초의 생명력을 비유하기도 한다. 그래서 민초라고도 부른다. 강인한 생명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진실이다. 이 진실만이 오래 참아낼 수 있다.

또한 진실은 가장 깨끗함도 아니다. 현재의 마음의 상태를 서로 인정하면서 용인해 주는 것이 진실이다. 표현의 자유도 기본권 중에 하나다. 그런데 먹는 것, 입는 것, 일상의 모든 표현이 마음 따로 몸 따로다. 몸은 마음을 곱게 다듬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누구나 죽을 고비를 몇 번 맞는다. 이런 고비는 마음을 한 단계 높이는 데에 있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한다한들 마음과 거래를 두지 않으면 몸에 병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성과 합리주의의 가치를 최고로 둔 사회일수록 가장 솔직한 야생화를 볼 일이다. 논바닥에 잡초인 뚝새풀 사이에 별꽃도 있구나. 밭고랑 사이에 냉이와 곰밤부리가 있네. 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름다운 마음을 가꾸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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