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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회의에 바란다

[완도 시론]정병호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1.07 16:50
  • 수정 2018.01.0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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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 /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국가교육회의(이하 교육회의)가 출범했다. 교육회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및 고교내신 절대평가 전환,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등 정부의 교육과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입시지옥에서 고통 받고 있는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깊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문제는 난마처럼 얽혀 있고, 당사자들의 이해도 첨예하게 대립하여, 해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교육회의가 늑장 출범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였다. 그러나 정부 출범 이후 ‘위원회’에서 ‘회의’로 후퇴했다. 대통령이 의장이 되는 위원회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문을 하는 기구로 바뀐 셈이다.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는 기구다. 정부를 탓할 의도는 전혀 없다. 고충을 충분히 이해한다. 법적 효력을 갖는 결정을 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려면 입법이 필요한데, 현재 소수여당의 힘으로는 힘들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교육회의 구성에서부터 벌써 보수와 진보 교육단체 모두 불만인 모양이다. 교총(교원단체총연합회)은 교육회의 위원 구성이 진보 인사들로 편향되었다고 비판하고, 전교조는 교육회의가 대학교수와 공무원으로 채워져, 교사와 학부모가 소외되었다고 불만이다.

교육회의 출범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위원회에 공정하고 단순한 대학입시 제도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우리가 안고 있는 교육문제가 대학입시의 개혁 없이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한 결과다. 이에 따라 교육회의는 ‘대학제도개편 특별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먼저 과거 대입제도를 철저히 분석하겠다고 한다. 옳은 태도다. 정확한 진단 없이 제대로 된 처방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문제를 둘러싼 보수와 진보의 입장차도 워낙 커서, 교육회의가 적절한 타협안을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에서, 정확한 진단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고 본다. 최종적인 타협안은 결국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에서 만들게 될 것이다.  

교육회의 출범에 맞춰 몇 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첫째, 교육격차가 입시 등 교육제도 보다는 사회적 불평등에 기인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빈부격차를 그대로 두고는 입시제도를 어떻게 바꾸든지 교육격차는 근본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지난 정부에서 교육격차를 해소한다는 목표 아래 입시전형을 다양화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수백만 원의 학원비가 드는 논술전형이 좋은 예다. 다양하지만 복잡한 전형은 부유층에게 유리한 정보비대칭을 가져왔다. 공정한 입시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 무엇이 공정한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시를 단순하게 하면, 최소한 입시가 지금보다는 더 공정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수능을 자격시험으로 바꾼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러나 학생부 자체도 신뢰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수능을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찌됐건 수능 자체가 말 그대로 수학능력을 재는 시험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심오한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명분으로 문제를 비비꼰 나머지 학원비, 과외비 지출만 늘렸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수능을 통해 대학을 들어온 학생들이 과거보다 대학 교육을 더 잘 받는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셋째, 수능이든 학생부든 대학입학 전형에서 과목수를 대폭 줄이는 것이 옳은 방향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였는데, 부담이 줄기는커녕 늘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과목수가 줄다 보니, 국영수를 중심으로 사활을 건 과외경쟁이 촉발됐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자녀가 점점 더 입시에 불리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과거 예비고사나 학력고사처럼 미술, 체육과 같은 실기과목을 제외하고 교육과정의 전 과목을 시험 본다면 어떨까. 최소한 국영수 집중은 지금보다는 완화되지 않을까? 시간적·물리적 한계 때문에 교과서 학습 중심의 입시준비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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