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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첫머리에 서서

[완도 시론]배철지 / 시인. 향토사학자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1.09 17:40
  • 수정 2018.01.0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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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지 / 시인. 향토사학자

작년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완도에도 여러 일들이 일어났다.

먼저 입장객이 백만 명에 육박했다는 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가 열렸다. 군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었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완도가 생긴 이후에 단기간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완도대교를 넘나들었으니 이는 완도의 존재 가치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보인다. 또 한 이름만 있었던 가리포진을 묻혀있던 땅속에서 끄집어내어 실체를 알리고, 나아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중의 가리포진의 역할과 관계를 밝혀낸 것도 참으로 기꺼운 일이었다. 거기에 군외면 사람들이 그 뜨거웠던 여름의 뙤약볕 아래에서 검게 그을린 얼굴과 주름 가득한 손으로 건설폐기물처리장 설치를 막아냈던 일도 있었다. 이는 책상머리에서만 했던 행정의 한계를 지적하고 막아냈다는 점에서 군외면 사람들은 충분히 자긍심을 가질만했다.

시인 송수권이 그의 ‘새해 아침’ 이라는 시에서 “새해 아침은 / 첫날밤 시집온 신부가 아침나절에는 / 저 혼자서도 말문이 터져 콧노래를 부르듯 / 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라고 했던 새로운 한해가 열리고 시작되었다. 그래서 떨리는 가슴으로 간절히 바라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완도군은 어떤 것이 완도군민을 위한 길인지를 심사숙고하고, 소수 몇몇의 이익 보다는 다수의 이익을 찾아 시행하라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있는 해이니 선출직 공무원에 입지를 한 사람들은 꼭 유념해둘 사항이라 여겨진다.

다음으로는 우리 군이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다고는 하지만 농토도 결코 작지 않고, 식재하는 식물들도 점점 늘어가는 추세이다. 특히 기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는 중이어서 그에 따른 연구도 이루어져야 하고 식재하는 작물도 거기에 따라서 바뀌어야 만 한다. 그래서 농업에도 관심을 좀 더 가져야만 한다.

이어서 바라는 점은 우리 군을 문화의 군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우리 군은 인근의 다른 시 군에 비하여 문화유산이 작은 줄로만 알았다. 물론 소리와 춤 같은 공연 문화는 부족하고, 서화 문화도 미흡하다 여겨지지만 역사 문화유산은 참으로 많은 곳이 이 완도다. 그리고 그런 유산들을 잘 살린다면 문화의 터전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니 올해는 청정바다에 한 가지를 더하여 문화의 터전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희망하는 것은 또 있다. 잠시 고개를 돌려 살피면 살아도 살아내도 힘들고, 죽어라고 일해도 일한만큼 돌아오지 않는 불평등한 삶에 지치고, 부당한 권력의 횡포에 겨울바람의 차가움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새로운 한해가 시작된들 그것을 실감이나 할까? 그러니 그런 문제도 관심을 기울여 그 사람들의 형편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도록 애를 써보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간절히 바라는 일들이 조금이나마 나아져서 떨리는 가슴으로 내년을 맞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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