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잘못 그리고 배려

[완도 시론]박준영 / 법무법인 '새봄' 변호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1.21 17:30
  • 수정 2018.01.21 17:3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준영 / 법무법인 '새봄' 변호사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관할이라고 합니다. 재심은 형집행의 근거가 된 판결을 내린 법원에 제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최인철, 장동익 선생님의 확정된 형은 무기징역입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는데, 2심에서 공소장변경으로 1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무기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이럴 때는 2심이 재심대상입니다.

그런데 제가 재심청구당시 뭐가 씌웠는지 이 기본적인 사실을 놓쳤고, 1심판결을 재심 대상으로 봤습니다. 재심을 관할 없는 법원에 청구한 겁니다.

지난 해 말 이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최인철, 장동익 선생님 그리고 가족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었습니다. 두 분께서는 실망감을 드러내지 않고 저의 난감한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해주셨습니다.

연말, 연초 아무런 약속을 잡지 않고 재심사유와 증거를 다시 정리했습니다. 법원과 검찰에 이 사실을 알렸고, 오늘 자로 부산고등법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재심을 국민참여재판(참여재판은 1심만 가능)으로 진행하려고 했습니다. 만장일치 무죄를 받아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1심의 무기징역이 확정된 것으로 오인한 데는 국민참여재판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 수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증인출석을 거부할 수 있는 고문경찰을 증언대에 세우기 위해서는 구인 등의 절차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참여재판으로 진행하면, 이런 절차를 제대로 밟을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잘못을 두 번 해서는 안 됩니다. 더 꼼꼼히 기록을 보고 있고 증거를 챙기고 있습니다. 재심, 무죄, 보상, 배상이 끝날 때까지 겸손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사건을 대하리라 다짐합니다.

고문경찰들이 저지른 악행의 공소시효, 징계시효는 다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재심법정에 고문경찰들을 증언대에 세우는 겁니다. 이들이 “고문하지 않았다”고 증언하면 위증죄로 처벌받게 할 겁니다. 저를 배려해 준 의뢰인들에 대한 약속입니다.

부산 해운대 고가 아파트(10억 상당)에 살고 있는 고문경찰이 최근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대출을 추가로 받았고 처로 보이는 같은 주소지의 여성에게 ‘증여 예약’을 원인으로 한 가등기를 해놨습니다.

재산을 빼돌리고 있는 이 경찰은 특진을 한 자입니다. 재심진행과정에서 고문경찰들 재산을 강제 집행 대상으로 확보하는 절차도 병행할 겁니다. 이 또한 저를 배려해 준 의뢰인들에 대한 약속입니다.

공소장 변경 등 우연한 사정으로 재심의 경우 3심 재판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점도 잘 정리하여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전에는 처절한 절규를 우선하였습니다. 하지만 준비 없이 다가갔다가 마음을 다친 경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지금은 배려해주는 분의 사건을 우선하고 있습니다. 억울한 분들의 배려가 공익소송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큰 힘이 됩니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