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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내려 앉은 봄

[완도의 자생 식물] 34. 봄맞이꽃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8.02.14 09:07
  • 수정 2018.02.1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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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봄볕은 봄을 맞는 이들에게 더욱 부지런하게 한다. 평등한 봄바람은 작은 움직임까지 따듯한 손길로 어루만져 준다. 오솔길에서 피어오는 아지랑이도 봄볕을 맞아 자유롭게 춤을 춘다. 새봄은 부지런한 이들만 가지질 수 있다. 새봄은 그냥 기다림만으로 오지 않는다. 봄에 대한 구체성을 갖고 있어야 내 안에서 진정한 봄을 맞이할 수 있다. 자연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새봄과 연관성을 찾아본다.

봄이 오면 무슨 꽃이 필까. 꽃이 한창 필 때 누가 그 옆에서 있었는지 하면서 읊조려 본다. 사람들과 관계에서 계절이 있다. 마음과 마음이 연결돼 있지 않으면 계절은 의미가 없다.
새봄이 오면 어떤 꽃이 나를 먼저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데에는 사람과 사람과의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봄볕을 부지런히 주워 담는 봄맞이꽃은 아주 작게 싸라기눈이 내려 있는 것처럼 봄길을 부드럽게 만들고 있다.

캠퍼스 잔디밭에서, 아파트 담벼락 밑에서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앙증스럽게 흰 여백을 만들어 준다. 봄맞이꽃은 봄에 싹터 자라기도 하지만 여름, 가을에 싹이 터 해를 넘겨 자라는 두해살이풀이기도 하다. 봄맞이꽃은 '봄을 알리는 꽃'이라고도 부른다. 실제로 봄을 알리는 꽃이 이보다 먼저 핀 꽃은 냉이, 별꽃, 제비꽃, 꽃다지 등이 있다.

그런데 왜 이 꽃이 봄맞이꽃이라는 이름을 얻었을까? 그 이유는 그가 피어날 즈음이면 완연한 봄날이 되어 더 이상의 꽃샘추위도 없기 때문이다. 봄이 완연히 왔을 때, 그때 온전한 봄을 맞는 꽃이 봄맞이꽃이다. "이젠 완전한 봄이야!"라고 소식을 전하는 싶은 꽃이기에 그런 이름을 얻은 것이 아닐까 싶다.

별 볼 품 없는 터에서 낮게 봄볕이 부서지는 여백을 만든다. 군데군데 무리 지어 핀 봄맞이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여백 속에서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인다. 마치 봄맞이꽃이 순결한 봄바람이 돼 여러 무늬를 보는 듯하다. 마음이 먼저 만져야 볼 수 있는 봄맞이꽃들이 꽃 잔디처럼 포근하게 마음을 내려놓고 싶어진다.

누가 돌보지 않아도 어디에든 무미(無味)의 밥처럼 있는 듯 없는 듯 가장 단순하고 가까운 데에서 길 따라 바람 따라 봄맞이꽃이 봄볕을 나누어 피어 초록의 마음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낮게 핀 봄맞이꽃부터 가장 높게 핀 산벚꽃까지 각자의 마음의 분량대로 채워질 것이다. 그러나 어떤 마음이 채워지든 간에 사랑스러운 풍경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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