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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내 없고 상큼해 곰보 속 담긴 나

[완도의 자생 식물] 35. 곰보배추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8.02.14 21:06
  • 수정 2018.02.1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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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봄. 우리의 물. 우리 집 마당. 우리 집 하늘. 우리 곁에 있는 풀꽃. 마음만 닿으면 동네방네 봄 내음이 한창 피고 만다.

이제 멀지 않아 허리를 펴고 우리 집 마당에서 가난한 풀꽃들이 잠들지 않은 소쩍새에서 서럽게 피어나니 겨우내 고단한 마음 말끔히 잃고 가냘픈 뺨에 봄비 내리는 날 진달래도 보고 애기나리도 보자꾸나. 화사한 봄 햇살이 가득한 들녘에서 아직도 납작하게 들러누워 평등한 햇빛과 가장 깨끗한 낮달만 그리워하는 이름 없는 들꽃을 보자. 길 한가운데 잠들지 않은 가물가물한 생명을 쓰다듬는 초록별의 눈물을 보자. 죽어도 사랑하라.

열렬한 사랑 속에서 죽어도 꽃이 된 삶. 온전한 그 믿음에서도 사랑은 여전히 쓸쓸하다. 그토록 사랑의 계명을 읊조리고 슬픈 눈물을 짜도 그 길은 아직도 황량하다. 겨울내 푸른 기다림으로 길 가운데서 곰보배추가 펼쳐있다. 이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여러 잎으로 새끼를 치면서 꽃대가 올라온다.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자로는 설견초(雪見草), 청와초(靑蛙草), 과동청(過冬靑), 천명정(天明精) 등으로도 불린다. 키는 15~90센티미터쯤 자라고 잔가지가 많이 난다. 6월 무렵에 연한 보라색의 자잘한 꽃이 가지 끝에 흩어져서 피며 7월에 자잘한 씨앗으로 익는다.

뿌리는 배추뿌리를 닮았으나 잔뿌리가 많으며 전초에서 비릿한 듯한 냄새가 난다. 겨울철에 잎이 땅에 붙어 눈보라를 피한다. 배추를 닮았으나 배추보다 훨씬 작고 잎이 주름진 모양이 곰보처럼 생겨 곰보배추라고 부르지 않나 싶다. 곰보배추는 기침에 특효가 있다. 이른 봄에 겉절이로 손색없다. 추운 겨울을 견뎌왔기에 풋내도 없고 아삭아삭하면서 상큼한 맛까지 난다. 곰보 모양의 잎은 밋밋한 잎보다 면적이 넓다. 그만큼 햇볕을 받을 엽록소가 많다는 결과다.

겨울에 햇빛의 양이 적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 면적을 넓혀 엽록소를 많이 만든다.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조건을 실질적으로 갖추고 있는 셈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은 이젠 틀린 말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것은 허례허식이다.

양말이 구멍 나면 버린다. 자동차가 조금만 흠이 생기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우리는 남의 눈으로 살아간다. 자기 실질적인 중심이 없다. 겉으로 한국 사회가 좋아 보일지 몰라도 속 내용은 비어있다. 자기중심에서부터 사회로 확대해나가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반대다. 빈껍데기 문화에서 실질적인 문화로 변해야 한다. 곰보배추만큼만 따라갔음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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