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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눈으로 오지 않았다 '나의 붉은 심장'

[약산 특집 1]관산방조제, 노을빛에 물드는게 어찌 바다 뿐이겠는가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8.02.15 08:43
  • 수정 2018.02.1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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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눈으로 오지 않았다
붉은 살이 되어
오로지
붉은심장을 향하여
맹렬하게 날아 들었다

피할 겨를도 없이
눈 돌릴 새두 없이
단숨에 붉은심장으로
꽂혀 온 넌,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향하는 붉음의 환희

그 순간부터였다
나의 뇌가 인식하고
나의 눈이 보게 된 건

아아,
너는 나의 붉은심장

본디 인간의 눈이란 이쁜 것 좋은 것, 아름다운 것만을 보려는 이기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눈이란 가장 경이롭고 아름다운 부분만을 취사 선택해 본다.
저녁 6시께, 약산면 구암마을 초입에 들어 선 순간, 노을빛에 물드는 것이 어찌 바다 뿐이겠는가. 하늘도, 산도, 사람의 눈동자도, 천지가 온통 뻘겋다.
바다를 넘고 산을 넘어가는 저 황홀한 광선들이 섭섭할꺼다. 누군가 불을 밝힌다면.
사진으로 보는 순간이 저러했는데, 인간의 눈은 어떠했을까?
정말로 세상이 멈춘 상태. 정말이지 온전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
왜? 연인들이 손을 잡고 해넘이를 봐야 하는지. 연인과 함께하지 않더라도 끝없는 바다에 해가 기울어질 때, 나는 화가가 아니라서 저 붉은심장을 그려줄 순 없겠으나 그 자태라도 곱게 담아 너에게 보낼 수 있다면...
표현할 언어가 없었다. 그저 붉은심장으로 바라볼 뿐이고 붉은심장으로 느낄 뿐이었으며, 붉은심장만이 기억할뿐이었다는 것. 그런데 더 진짜는 불덩이가 모두 사라지고 나서야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은 더 높은 경지로 가고자 하는, 한차원 더 높은 에너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붉음의 오르가즘 같았다.
불이 춤추고 붉은심장이 춤을 춘다.
붉음의 파도가 일렁거리는가 하면 붉음의 환희가 비상하면서 불꽃으로 피어나길, 그러다 수천 수만개의 불살이 돼 다시 붉은심장에 단숨에 날아와 꽂히는 순간...
아! 정말로... 이 미친 발광이란. 살살살거려서 붉은심장을 녹여 버릴 것 만 같은...
자유와 존재...
무엇이 존재하는가?
무엇이 자유하는가?
존재란 자각하는 것일 뿐이고 깨달음에 이를 뿐이다. 그럴 때라야 자유다.
자유하는 그 순간에, 그 순간에 나는 영원을 산다. 그렇기에 너는 아름다움을 넘어서 숭고하고 위대하다.
네가 잠이 든다는 건, 더 큰 깨달음을 얻기 위해 꿈을 꾸는 까닭이며 다시 태어나 더욱 위대해지려는 까닭인 것이다.
동해의 일출과 서해의 낙조를 놓고 우열을 논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지 모르겠으나, 일몰에 한해서라면 단연코 서남해, 그 중에서도 약산 구암마을의 해넘이가 엄지척이다.
해뜨는 해가 이제 막 출발선에서 스타트하려는 이의 활력을 상징한다면 해지는 해는 결승전을 통과한 순간의 가슴 벅찬 뛰어오름이고 이후의 편안함이다. 또 지나온 시간에 대한 깊은 응시를 담고 있으며 새로운 부활의 상징이자 영겁을 순회하는 자연의 이치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는 현상 중 하나다.
저무는 해를 바라보는 마음이란 그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벅찬 감정 앞에 선다는 것. 너와 함께라면 그 감동은 훨씬 더 배가될 것이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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