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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의 열걸음보다 열사람의 한걸음으로...

[에세이-고금도에서]배준현 / 고금주조장 대표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3.11 07:13
  • 수정 2018.03.1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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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종목 가운데 팀 추월은 3명이 한 팀을 이뤄 경기를 치른다. 앞선 사람의 기록보다 맨 나중에 오는 사람의 기록으로 순위가 매겨진다. 세사람의 팀워크(협력작업)가 생명이다. 평창에서 보여준 우리여자대표팀의 팀 추월경기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팀(?) 코리아를 무색하게 했다. 팀이 아닌 팀이 돼 버렸다.

개인기록경기인 양 앞서가는 두사람을 멀리 뒤에 쳐져 따라가는 사람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건 아니다.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은 선수간 네 탓과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고 모든 빌미를 알고 있을 빙상연맹은 말이 없다. 경기는 물론 경기 다음에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의 현실임에 씁쓸하다.

스포츠맨십이 사라진 우리 스포츠계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한사람을 따돌리는 듯한 모양이 만들어졌다. 스포츠맨십에서 변질된 승부욕은 두선수의 기자회견에서 나타났고 네티즌들은 국가대표자격을 박탈하라고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하기에 이르렀다.
일등지상주의가 빚어낸 참극이다. 오로지 성과만을 내야겠다는 욕심 때문에 팀워크가 찢어지고 갈라졌다.

선수들은 언제나 갈아 치울 수 있는 소모품이라고 생각하는 빙상연맹측의 태도도 문제다. 선수, 코칭스텝, 빙상연맹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팀워크로 움직일 때에야 값진 승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껴야 한다. 빠르게 더욱 빠르게 달려야 하는 스피드경기에서 팀 추월경기는 개인기량 뿐만아니라 팀워크가 어울렸을 때에야 우승할 수 있기 때문에 스포츠문화의 성숙정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오래 전 내가 활동하던 완도군청년연합회는 “한사람의 열걸음보다 열사람의 한걸음으로”를 모토로 삼았다. 완도군청년연합회는 12개 읍면의 청년회를 하나로 묶는 연합체였다.

제각각 섬으로 떨어져 있어 소통이 어렵고 단위 청년회마다 지역이기주의가 많았다. 하나된 모습으로 한목소리를 내야하는 단체였기에 단합이 제일 중요했다. 시민단체의 역할을 하려니 더욱 단합이 중요했다. 청년연합회의 모토는 더디더라도 함께 가자는 것이다. 앞에서 끌어 주고 뒤에서 밀어 주는 하나된 모습,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스포츠도 정치도 별다르지 않다. 여러 사회문제가 갈라져 있어 자기 주장만 하는 정치권도 팀워크가 살 길임을 알아야 한다.

산을 오르다보면 앞선 사람 뒤에 쳐진 사람 다들 나름대로 정상으로 가고 있다. 언젠가는 정상에 오를 터이니 함께 천천히 걷는 것도 좋다. 하늘을 나는 기러기를 본다. 먼 길을 가는 동안 앞선 기러기가 지치면 서로 자리를 바꾸고 서로 서로가 공기의 저항을 나누고 앞으로 날아간다. V자형 줄이 흐트러짐없이 꾸역꾸역 날아가는 기러기 떼같이 팀 추월경기는 아름답다. 우승한 팀에게 더 많은 박수를 보내야겠다. 앞서고 싶지만 함께 가야 하는 팀 추월경기는 함께 하는 소중함을 일깨운다. 팀워크란 협력작업이다. 위대한 영웅 한사람보다 많은 사람이 이루어 낸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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