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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하는 완도관광

[완도 시론]배철지 / 시인. 향토사학자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3.11 07:18
  • 수정 2018.03.2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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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는 여태껏 해조류와 전복 양식에 관한한 전국 제일의 수산 군인 것은 부동의 사실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수산에 종사하는 사람도, 연구하는 사람도 지금처럼 바다가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서 양식을 하고, 거기에 수산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전망이 어둡다고들 말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완도 사람들의 먹을거리는 대체 어디서 찾아야만 할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그래도 농업, 수산업, 임업과 같은 1차 산업이 마지막 남은 대안이며, 거기에 굴뚝 없는 산업으로도 불리는 문화와 관광 산업도 아름다운 환경을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는 훌륭한 대안이다.

작년은 완도가 설군 된 이래로 가장 많은 외지인이 완도 땅을 밟은 해였다. 그리고 그런 현상을 부른 가장 큰 요소는 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였다. 그런데 박람회와 같은 특별한 수요를 빼고 난 관광객은 얼마나 되었을까? 작년 전체를 조망한 정확한 통계는 찾기 어려웠지만 아시아경제 신문에 “4월 1일 슬로걷기 축제가 시작된 이후로 5월말까지 청산도 슬로시티 방문객 20만 7천명이며 전년대비 2만 7천명이 늘어난 숫자이기도 하다”라고 보도되었다. 그러나 나머지 기간 동안에는 박람회와 명사십리를 제외하고는 몇 십만에 달하는 대규모의 사람들이 완도를 찾은 경우는 없었다.

이것은 청산도의 경우를 제외하면 완도의 관광이 이벤트가 있거나 여름에 해수욕을 위해서 한 번씩 다녀간 경우는 있을망정 지속적이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이는 다들 하늘이 내린 아름다운 섬이라 말하고 깨끗한 환경을 자랑한다지만 자꾸만 오고 싶은 관광지는 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유독 청산 슬로시티는 어떤 이유로 해마다 관광객이 증가하는 추세일까? 우선 청산도는 풍경과 사람들이 어울려 있고 각 길에 대한 스토리가 존재한다. 거기에 푸른 바다와 함께 펼쳐져 시원한 눈 맛을 주는 청보리 밭과 작으나마 유채꽃이 어우러진 풍치가 사람들을 잡아끄는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다녀온 사람들은 ‘힐링’이 되었다고들 말한다. 그리고 길을 돌아나가면 보이는 새로운 모습이 그저 그런 섬의 풍광이 아니라 제주도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도 하며 다시 오고 싶다고도 한다.

그런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고 분석해보면 사람들이 관광을 왜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 들어있다. 지금의 관광은 여럿이 모여서 움직이는 패키지여행이 아닌 개인적인 여행을 선호하고, ‘힐링과 체험’을 위해서 여행을 하며, 그것을 인증하는 sns를 통해서 다시 재생산되는 게 대세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청산도야 말로 거기에 어느 정도는 부합되는 측면이 있어서 해마다 증가한다고 보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여기에서 완도 관광이 지향할 바가 확실해진다. 보여주기 식이 아닌 직접 행동하는 방식으로, 이벤트 위주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그리고 각 체험 코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말한 체험이란 손으로 김을 뜨고, 고기를 맨손으로 잡는 것만은 아니다. 예컨대 항일운동의 현장에 가서 그 시대를 함께 느껴보고, 가리포진의 옛터에서 완도를 조망하는 것과, 원교 이광사의 적거지에서 유배지의 힘든 생활을 견디고 골계미가 살아 있는 동국진체를 완성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충무공이 고금도의 염전에서 생산한 소금을 경상도에 비싼 값으로 팔아서 군비에 충당했던 고금도진을 돌아보는 것도 훌륭한 체험이다. 그리고 그 곳들을 서로 연결해서 길로 엮어 낸다면 이보다도 더 좋은 힐링 코스를 또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그런데 이런 일들은 하루아침에 책상머리에서 뚝딱 만들어 지지 않는다. 전국 모든 지자체가 모범으로 삼고 따라하는 제주 올래길도 2007년 9월 8일 제1코스가 개발된 이래, 2012년 11월까지 총 21개의 코스가 만들어졌으니 햇수로 6년이 걸린 셈이다. 이는 우리도 장기적인 계획을 제대로 세우고 거기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등의 큰 그림을 그려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완도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추진하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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