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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변환소와 정치의 요체

[특별 기고]박인철 / 완도군의회 의원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3.23 08:46
  • 수정 2018.03.2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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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철 / 완도군의회 의원

논어 <안연> 편에는 공자에게 제자들이 “정치의 요체”를 묻는 대목이 있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공자는 대답했다. "먹을 것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병사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신뢰를 얻는 것(民信)이 정치의 요체다."

자공이 생각하니 셋을 다 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다시 묻기를, '그 중 부득이 하나를 빼자면 무엇을 빼야하겠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족병(足兵)을 빼겠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리겠습니까?"

공자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족식(足食)을 빼겠다. 믿음이 있다면 잠시 먹을 것이 부족하고 전란에 시달려도 이겨낼 수 있지만 믿음을 잃는다면 곧바로 모두 잃게 될 것이다."

자고이래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기고 아무리 어려움이 있어도 잘 먹여 주면 불평 없이 따르는 법인데도 공자는 오히려 그것을 신(信)보다 가벼이 여겼던 것이다.

신은 신뢰, 곧 상대에 대한 믿음이다. 백성과 백성 사이에도 신의가 있어야 하지만 백성과 통치자 사이에는 더욱 믿음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 얘기를 완도로 가지고 온다면 지역의 정치는 주민들에게 신뢰를 줘야 하는 것이 바로 제일 중요하단 말이 된다. 지역의 치안을 강화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서 주민들에게 편안하고, 부유한 삶의 여건을 만들어 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주민들과의 신뢰, 믿음보다는 덜 가치지향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완도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완도-제주간 해저송전선 건설사업(완도변환소)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주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 보게 된다. 

우선 완도변환소 건설사업이 제주의 부족전력을 보충하기 위한 사업임에도 완도를 위한 사업인 것처럼 포장해 지역 주민들을 호도하고 있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이나 다수의 언론에서는 “제주도의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 제주 자체만의 발전만으로는 불어나는 전력량을 감당하기 어렵다” “제주의 전기차 보급 확대 및 대규모 지역 개발 등으로 향후 막대한 전력수요 발생이 예상된다” 는 내용을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

늘어나는 인구와 전기차 보급으로 인한 전력부족, 화력발전을 신재생에너지로 교체 등 제주의 전력의 어느 세월에 완도로 올지 모른다. 그럼에도 완도를 위한 사업이라고 하니 그 저의가  참으로 의심스럽다.

고압송전철탑이 한전이 선정한 현재의 입지에 2개나 세워지는데도 전자파 유해성을 검증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주민들을 속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충남 당진의 경우 고압송전철탑 때문에 한마을에서 23명의 암 환자가 500~600m 사이에서 발생해 큰 충격을 주었다. 고압송전철탑이 9개나 7개에서 2개로 줄어들었다고 현재의 입지로 선정했다는 것은 황당스럽다. 1개라도 생기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 이말이다.

주민들이 사업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는데 공론화없이 일방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주민 배신행위다. 이들은 주민설명회 개최만 되면 일방적으로 한전에서 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입지가 선정된 2017년 12월 7일 이후 약 2개월 반 동안 도대체 한전 입지 선정위원회에 참석한 인사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들의 주장처럼 정말 완도 발전을 위한 사업이라면 공론화시키고 설령 주민들이 반대의사를 표명하더라도 설득시켜야 책임있는 정치 아니겠는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한전 측에게 부지 원점개검토를 요구하거나 사업 자체의 취소를 통해 공자가 말한 정치의 요체 신뢰·믿음을 다시 지역주민들에게 줄 의무가 우리에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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