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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낳기 위한 죽음, 위대한 생명의 찬가

[완도의 자생 식물] 38. 영춘화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8.03.23 08:57
  • 수정 2018.03.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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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에 잎보다 먼저 꽃이 피는 식물들이 있다. 풀꽃으로는 노루귀와 복수초다. 매화, 산수유, 목련꽃은 나뭇가지에서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봄을 환영하는 영춘화도 먼저 꽃을 피운다.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지기 무섭게 꽃망울을 만든다.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나무들은 봄에 꽃을 피우기 위해 가을부터 준비한다. 추운 겨울에는 꽃망울은 아주 작게 움츠려 있다가 햇볕의 양이 많아지면 굵어지면서 활짝 터트린다. 나무는 태양의 에너지를 받아 탄수화물로 쓰고 남는 것은 저장한다.

파란 잎에 엽록체는 뿌리에서 올라오는 물과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와 합성하여 태양에너지와 함께 광합성 작용을 한다.

이러한 과정은 동화작용인데 신진대사와 물질대가가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른 봄에 먼저 꽃을 피우는 데에 에너지가 턱없이 부족하다. 최소한의 탄수화물로 생명유지에 대해선 결연한 의지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올겨울은 추웠다. 꽃망울 자체로 있기도 힘들었던 혹독한 겨울이었다.

이른 봄에 풀꽃 야생화는 차디찬 대지를 가르며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우는 일은 땅속에 뿌리들은 죽을힘을 다했을 것이다. 지난가을부터 나뭇가지에선 꽃망울은 태양에서 도달하는 적은 햇볕에서도 견뎌 내는 일은 후대의 번창이다. 산모의 손발톱은 평소보다 더디게 자라고 뇌의 무게도 줄어든다.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자식에게 모든 것을 내어줘야 한다. 식물도 자손 번창에 자원을 배분한다.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운다는 것은 없는 것에서 있는 것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엽록체가 없어 전혀 광합성 작용을 할 수 없어 식량이 고갈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꽃을 피운다. 물론 잎이 곧 돋아 탄수화물을 만들어 내겠지. 그러나 자식을 낳고 에너지가 소진해 죽은 동식물이 얼마나 많은가. 잎보다 꽃이 먼저 핀 영춘화는 물푸레나무과다. 물푸레라는 말은 물에 나뭇가지를 담그면 물이 푸르다는 뜻이다.

이 물로 세수를 하면 눈이 맑아진다고 한다. 영춘화도 물푸레과인데 실제 물에 담가보지는 않았다. 개나리도 물푸레과이다. 꽃잎이 비슷하다. 영춘화는 꽃잎이 다섯 개고 개나리는 네 개다. 영춘화는 개나리보다 키가 작고 꽃잎은 단아하면서 앙증스럽다.

살아 숨 쉬는 데에는 물질이 이동한다. 태양의 위도 상이 달라지면 계절이 바뀐다. 당연히 물질의 이동 양이 다르다.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운다. 살아야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자식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풍요의 꽃 속에서도 빈곤의 의지가 더욱 빛이 날 때가 이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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