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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별빛 같은 마음만 보이는 작은 꽃

[완도의 자생 식물] 39. 구슬봉이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8.03.23 16:48
  • 수정 2018.03.2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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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 숨소리 없이 피어 있는 구슬붕이는 한 발짝 움직여 놓고 다시 조용히 피어 있네. 내 나이 마흔이 훌쩍 넘어 불혹이 얼마 안 남았는데 너무나 작고 귀여운 꽃들 속에서 가장 부드러움을 이제 알았네.

봄은 오면 직접 노래를 하고 햇빛을 좋아하게 하며 연한 나뭇잎에서 눈에 띄지 못한다. 봄 산은 그냥 바라보고 있어도 즐겁다. 봄 산은 그냥 앉아있어도 귀가 즐겁다. 생동하는 대지로 하여금 모든 동식물들이 생육하고 번성한다. 여러모로 봄은 바쁘게 한다. 자손을 번창하기 위해 짝을 찾는 계절이기도 하다. 봄 산에 새들은 사랑하는 임을 찾기 자기가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부른다.

아마 생애 최고의 노래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오직 사랑이라 말 할 수 있겠다. 봄에 풀꽃들은 키가 작다. 봄맞이꽃, 애기나리, 각시붓꽃, 꽃마리, 애기똥풀, 꽃다지 등은 귀엽고 아름다운 꽃들이다. 구슬붕이도 이중에 하나다. 자연은 아주 작디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함께 어울린다. 아주 미세한 것이라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다. 생물학적으로도 물론이거니와 미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자연은 어느 것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그런데 사람들은 미를 표준화시키려고 한다. 특히 외모지상주의에서는 명품이 멋이라고 한데 왠지 똑같은 사람만 보인다. 보이지 않는 믿음에 대한 열망이 없기 때문에 향기가 없다.

마른 잎 속에서 오랜 세월을 기다렸다는 듯 살며시 보인다. 구슬붕이는 아가의 손에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꽃인데 두껍게 우는 비둘기 소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들게 한다. 이른 봄에 폭신폭신한 낙엽에 이불 삼아 땅에 붙어서 피지만 점점 자라면서 꽃대가 생기고 꽃이 하나씩 늘어나면 씨방도 늘어난다. 봄바람이 부드럽게 지나는 곳을 좋아하고 따뜻한 언덕을 좋아한다. 가끔 홀로 피는 꽃도 있지만 무리를 지어서 피는 것을 더 좋아한다. 구슬붕이는 용담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꽃이다. 꽃이 일찍 피는 녀석은 4월 초부터 피기 시작한다.

용담과 중에 봄에 피는 작은 용담, 즉 구슬붕이와 가을에 키가 큰 용담이 있다. 꽃 색깔은 같은 보라색이지만 몸짓이 확연하게 다르다. 예전에는 밀려오는 것만 보였다. 지금은 찾아보는 열정이 있다. 작은 꽃이 보기 위해서는 세월이 필요하다. 그 세월만큼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아이들은 저절로 작은 꽃을 만지지만 많은 세월이 흘린 뒤에는 그냥 꽃이 되지 않는다. 곰곰히 찾아가서 조용히 쪼그려 앉아 별빛같은 작은 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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