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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도(尺度)를 재는 것이 자(尺)라고 했는데....

[독자 기고]마광남 / 향토사학자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4.09 14:36
  • 수정 2018.04.0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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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남 / 향토사학자

척도(尺度)를 재는 것이 자(尺)라고 했는데...

경국대전 공전(工典)에 도량형(度量衡)이 기록되어있다. 이를 관리하는 소속관청은 상의원(尙衣院), 선공감(繕工監), 수성금화사(修城禁火司), 전연사(典涓司), 장원서(掌苑署), 조지서(造紙署), 와서(瓦署)이고 여러 고을의 도량형을 본조에서 제정하고 불도장을 찍어 속임수를 쓰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 자를 여러 가지로 구분하였다. 즉 황종척은 주로 악기에 쓰는 자의 일종으로 세종 때 박연(朴堧)이 아악을 제작하기 위하여 처음에 해주 산 검은 기장을 기준으로 만들었다가 후에 다시 만들었다.

예기척은 본래 조례기척(造禮器尺)이라고 하였는데, 각종 의식에 사용되는 그릇과 기타 일정한 규격을 정하기 위해 만든 자이다.

포백척은 천의 길이를 재는 자이다. 기준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종 때에 통일하였으며, 지금 한마 두마하는 자를 말한 것이다.

영조척은 목수들이 쓰는 건설용 자이다. 그러나 영조척도 여러 학설이 있다. 1영조척이 31.24cm, 31.22cm, 31.6cm, 30.3cm 등 여러 설이 있으나, 30.303cm 자는 광무 6년(1902)에 확정하여 현재까지 쓰고 있다. 혼탁한 요즘 세상, 사람의 척도를 재는 자는 없을까? 물론 상황과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식이라는 자의 기준에만 맞아도 좋겠다. 지도자들이여! 그릇 좀 키워라. 지도자, 그대들이 좀팽이 짓을 하면 우리 서민들은 어찌하란 말인가?

그런데 이 상식이라는 자도 옛날 조선시대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이 서로를 평가할 때, 자기 기준의 자로 재므로 그 값이 다르게 나온다. 만약 열사람이 한사람을 상식의 자로 잰다면 아마 8사람은 같은 값을 낼 것이다. 이것이 상식의 자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모임 등에서 상식의 자로 잴 수 없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을 보면, 상식의 자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상식은 말뿐이고 자신들에게 편리한 자만 적용하지 않나 생각 될 때가 많다. 참으로 안타깝고 아쉽다.

한 조사에 의하면 조선시대 1곡자의 기준이, 완도 소안도의 자로는 1자인데 반해 통영은 1,78자, 덕적도 1,10자, 위도 1,05자로 사용했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 달랐던 것이다. 이를 통일하고 조정하는 것이 지도자와 관청의 일일 진데, 최첨단 시대를 걷고 있는 오늘날도 이런 현상이 비일비재하니 말문이 막힌다. 지도자들은 유유상종의 패거리를 벗어나,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하기를 진심으로 간구한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상식의 자를 만들 수 없다면, 조선시대 사람들이 물품에 따라 다른 자를 만들어 사용하였듯이, 상대에 따라 다른 자를 만들어 재는 방법은 없을까?

성현들 말씀에 간단한 도덕 하나를 가르치는데도 족히 일백년이 걸린다 했는데 요원하다. 상식이란 자 하나로 모든 사람들의 양심을 동일 기준으로 재는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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