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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 차를 만들며(제다법-2)

[무릉다원, 은선동의 차 문화 산책 -14]김우영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4.29 23:21
  • 수정 2018.04.29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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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차는 차나무의 새 순인 여린 잎으로 만든다. 그 모양은 마치 참새의 혀처럼 생겼다하여 작설(雀舌)이라 하고, 과거에 창칼활로 전쟁을 했던 시절의 전쟁도구인 창의 창끝처럼 뾰족하게 솟은 어린 찻잎과 깃발처럼 받치고 있는 잎 하나! 일명 일창(一槍), 혹은 일창 일기(一旗, 깃발)라고 한다. 이러한 작설의 한 잎 한 잎을 정성스레 딴다. 한 사람이 종일 채엽한 양이 겨우 1kg 내외이니 이 일이 보통일은 아니다.

이렇게 딴 차 잎을 각기 제다법과 만든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약 300℃ 내외의 고온에서 덖는다. 물론 쪄서 만든 증제차도 있으나 여기서는 덖음차 제다법을 기준으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신선한 찻잎을 딴 즉시 찌거나 덖어 산화효소의 활성을 억제시켜 중간에 발효될 틈을 주지 않아야 한다. 즉 솥에 넣고 타지 않도록 빠르게 뒤집으면서 고루 잘 익힌다.

이때 불이 너무 약하여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찻잎이 설익어 풋내가 나거나 자칫 발효가 되기도 하고, 너무 뜨거우면 타기 쉽고 덖는 과정이 매우 어려워진다. 즉 너무 익어도 안되고 설익어도 안된다. 이 과정을 덖음(살청)이라고 한다. 소규모 차 농가에서는 손으로 직접 하지만, 공장 시스템으로 대량 생산하는 대농들은 별도의 덖음 기계를 활용하여 덖거나 찌기도 한다.

잎과 줄기가 잘 익었으면 멍석 등에 널어 약간의 열기를 빼고 나서 두 손으로 뭉쳐 잡고 공굴리 듯 비빈다. 이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런 과정을 비비기(유념)라고 한다. 덖은 후 찻잎을 비비는 이유는 찻잎의 세포막을 파괴시켜 차를 우릴 때 각종 수용성 성분이 쉽게 우러나도록 하고, 차의 형상이 잘 말아지게 하며, 찻잎 속의 수분을 고르게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비빌 때 너무 강하게 비비면 잎의 조직이 뭉개져서 차의 탕색이 탁해지고, 너무 약하게 비비면 우릴 때 차의 성분이 잘 우러나오지 않는다. 대량의 양을 생산하는 공장 등에서는 별도의 유념기계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잘 비비고 나서 잎들이 서로 붙지 않도록 잘 털어 주어야 하며, 다시 덖고 비비고 털기를 여러 차례 한다. 이 횟수는 찻잎속의 수분 상태에 따라서 달라진다. 처음 비빌 때는 손에 끈적끈적 달라붙었던 찻잎이 고실고실 해진다. 즉 수분 함유량이 많이 줄어든 것이다. 제 수분으로 덖기 어려우면 더 이상 솥에서 덖는다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이후로는 건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솥의 온도를 더 낮추어 100℃ 내외의 온도에서 고루 뒤집으며 건조한다. 이때 작은 가루가 생기게 되고, 뜨거운 솥의 열기에 타게 되면 탄내음이 차에 스며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제다 과정에서 솥이 눌게 되면 곧바로 깨끗이 씻어 내야하고, 찻잎의 알갱이가 너무 작아 타기 쉬운 상태가 되면 들어내어 작은 찻잎의 알갱이를 채로 쳐서 골라낸 후에 다시 건조 과정을 거쳐 반복하여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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