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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물 이야기 1

[무릉다원, 은선동의 차 문화 산책 -15]김우영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5.07 14:40
  • 수정 2018.05.0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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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우리나라 차의 성인(茶聖)으로 불리 우는 조선시대 초의선사의 『다신전(茶神傳)』에 보면 ‘차는 물의 신(神)이요, 물은 차의 체(體)이니 진수(眞水)가 아니면 그 신기가 나타나지 않고 정차(精茶)가 아니면 그 체를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물이란 차를 끓이는데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이며, 물이 좋아야 맛있는 차를 끓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좋은 물을 구하는 것이 맛있는 차를 끓이는 비결이며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예로부터 많은 차인들이 좋은 물을 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필자 역시 이십여년 가까이 좋은 찻물을 얻기 위해 여러 지역을 탐방함은 물론이고, 아무리 멀어도 일주일에 20리터 15통의 물통을 차에 싣고 찻물 길어오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곁에 좋은 차와 좋은 물이 구비되어 있으면 천하에 부러울 것이 없는 듯 여유로워진다. 아마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좋은 물을 만나는 것도 큰 복이라 하였고, 물은 양생(養生)을 도와 오래 살게 하고, 무병(無病)하게 하여 복락을 누리게 한다. 이러한 물은 달고 향기로우며, 가볍고 맑고 시원하며, 부드럽고 잡내가 나지 않고, 비위에 맞아야 하며, 먹어서 탈이 없어야 한다.

물은 우리 체중의 약70%를 차지하고, 성인의 경우 매일 약 2.5L의 물을 배출하는데, 음식물 섭취 외에 하루 약 1L 이상의 물을 마셔서 보충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한다. 이런 통계로 보아도 인간과 물의 소중한 상관관계를 알 수 있다.

조선 초 용재총화에, 물맛에 대한 탁월한 미각을 가진 기우자 이행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물맛이 좋은 물을 충주의 달천수를 제일로 삼았고, 금강산에서 나오는 한강의 우중수를 둘째로 삼았으며, 속리산의 삼타수를 세 번째로 삼았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 주변에 약수터가 참 많다. 그러나 찻물로 끓여서 사용해보면 이상하리 만큼 차의 맛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즉, 미네랄이 풍부하여 약수로써는 좋으나 찻물로써 차의 맛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물속 성분의 구성에 의해 차의 맛과 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자연수가 아니더라도 생수, 정수 등 우리 곁에 있는 물들도 좋은 찻물로 널리 쓰이지만, 작설차(녹차)를 마실 때와 발효차류나 꽃차류 등을 마실 때와는 사뭇 다른 경우도 있다.
그러니, 차의 성정과 물의 조화는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그러면 수돗물은 찻물로써 마실 수 없는 물인가. 그렇지 않다. 물항아리 등에 하룻밤 정도 재워두었다가 찻물로 사용하거나, 펄펄 끓을 때 한 두 김 빼고 다시 끓여 사용하면 비교적 찻물로 사용하는데 지장 없다. 다만 정수기의 온수와 같이 늘 끓여있는 상태의 노수는 경계해야 된다.
좋은 차와 좋은 물을 얻는다는 것은 귀한 벗을 만나는 것처럼 매우 귀하고 소중한 인연이기도 하다. 그런면에서 이곳 무릉의 다원인 은선동의 물맛은 찻물로나 음용수로나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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