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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만 보이고 고마리 꽃은 왜 보이지 않았을까?

[완도의 자생 식물] 60. 고마리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8.09.02 22:24
  • 수정 2018.09.02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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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빛이 되고 싶다. 영원히 잠들지 않는 풀빛으로 내 하나의 사랑을 지키고 싶다. 물빛이 되고 싶다. 너울거리는 내 얼굴에 진실 하나만으로 흔들림 없이 너와 하나가 되고 싶다. 수많은 별이 되고 싶다. 그 먼 거리에서도 둘만의 관계에서는 서로 비춰주는 그리운 별이 되고 싶다. 찬란한 눈빛이 되고 싶다. 가장 차가운 머리와 가장 뜨거운 마음이 만나는 날에 가장 깨끗한 눈물이 되고 싶다.

촘촘하게 엮어놓은 고마리 풀꽃들은 땅에서도 수많은 별빛을 만들어놓는다. 하얀 뿌리는 물을 어루만질 만큼 부드럽다. 흔히 돼지풀이라고 하는 고마리는 여름날엔 도랑에서 무성하게 자란다. 어릴 적에 고마리 풀을 보면 저렇게 빠르게 자라는구나!

그런 기억밖에 없다. 지금도 대부분 사람은 고마리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쓸데없이 개울에서 무성하게 자라는 풀이라 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그들이 자라는 곳이 더러운 시궁창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주지 않는다. 사실 고마리 흰 뿌리는 정화작용을 한다고 한다.

이들로 지나는 물은 깨끗하게 만들어 준다. 또한 비가 많이 오면 유속을 감소시켜 물길을 부드럽게 한다. 잎과 줄기는 연약하나 그 뿌리는 땅에 얽혀 방천의 무너짐을 방지한다. 줄기가 연약하기에 서로 몸을 기대며 무리를 지어 피는 이 야생화는 흰색 꽃, 연한 붉은색 꽃, 흰색 바탕에 붉은 점이 있는 꽃도 있다.

흰색 꽃무리는 떡고물을 뿌려놓은 듯이 넉넉한 마음이 앞선다. 붉은색 꽃과 함께 필 때는 가장 천한 땅, 시궁창에서 밤하늘의 은하수가 여기에서도 흐르다니 하늘의 고운 숨결을 만져본 듯하다. 고마리는 한해살이풀이며 잎의 생김새는 땅을 파는 삽을 닮았다. 고만잇대, 꼬마리 극엽료 라고 부르기도 한다.

약효로는 고마리 씨앗으로 위염, 요통, 소화불량, 시력회복, 간염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주위 너무 흔하기 때문에 그 가치가 모르고 살 때가 많다. 소먹이로 낫으로 자르면 또 금세 자란다. 그렇게 무성하게 자랐던 기억만이 있는데 지금은 잎 끝에서 꽃을 보게 된다.

어릴 적엔 하늘에 별빛만 보이고 고마리 꽃은 왜 보이지 않았을까? 세상에 지친 마음 때문에 낮은 곳에서 서럽게 자란 야생화 고마리 꽃을 보면서 위로받고 싶어서일 것이다. 창문을 열고 하늘과 바다를 본다. 그때 밀려오는 또 하나의 창이 있다. 지극히 작은 풀꽃에도 마음의 창이 또 있다는 걸 살아온 만큼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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