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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야생화도 평화의 선을 지녔으니

[완도의 자생 식물] 60. 개망초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8.09.03 08:52
  • 수정 2018.09.0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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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오라고 하지 않아도 다가서는 풀꽃아. 어느 길목에서 혼자 기다렸다가 말없이 멀어져가는 바람아.

어느 후미진 공터를 제 식구를 감싸듯이 가슴에 묻고 있는 누이야. 가다가 지치면 여울목에서 동무들과 함께 노래 부르다 다시 먼 길 떠나자고 하는 친구야. 소나기를 피해 잠시 머물던 눈빛은 쓸쓸한 들길이 되었다. 혼자 가야 하는 세월이 너무 많아 이제 들꽃이 되었다. 노란 꽃과 파란 꽃이 모여 이제 초록꽃이 되었다.

꽃이 되기까지 그 이유를 알고 싶건만, 이름 없는 꽃 속을 들려다보면서 그냥 지금 너와 함께 한 시간만을 알고 싶어진다. 개망초꽃은 도시 빈터에서도 전국 어느 곳에서 볼 수 있다. 자생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농부들은 망초라고 부를 정도였을까. 개는 참의 반대말이다.

맛과 생김새가 안 좋으면 개를 붙여 불렸다. 귀화식물로 일본이 철도 공사를 할 때 씨앗이 침목에 묻어 들어와 철길에서 많이 피었다고 한다.

예전에 귀한 것들은 현재 너무 많아 일반화 되었다.

그런데 그 천한 보리떡은 이젠 먹을 수 없다. 보리떡보다 더 천한 개떡도 있었다고 한다. 기름지고 찰진 음식은 건강에 안 좋고 먹기에는 껄껄하고 쓴 음식은 건강에는 좋다. 그래서 먹는 데에는 옛것으로 돌아가고 있다. 현대인들의 과욕이 병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피상적인 문화는 몸과 마음을 황폐화하고 만다. 물질의 풍요 속에서 정신과 마음을 가다듬지 않고선 더 발전은 없다. 지금이야말로 마음의 선을 중시할 때다. 누구나 이 땅에 올 때는 평등하게 왔다. 이름 없는 야생화도 선을 지녔다.

이 땅에 동식물 하나하나가 귀한 존재다. 이 모든 존재가 함께 살아야 최소한의 재앙을 막을 수 있다. 생태학적으로 모든 생명이 연결되어 있다. 이들은 서로 자유를 달라고 한다. 생명권과 생존권이 당연한 권리이다. 아니, 이들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고선 일류 문명은 한발 짝도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일엽의 생물이 이 땅에서 건강하게 자랄수록 우리 삶의 기본권도 당연히 지켜질 것이다.

너무 흔하고 쓸모없다 해서 무시해서는 안 된다. 가장 기초적인 것도 지켜지지 않는데 큰 것이 지켜지겠는가. 스스로 묻고 답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이것이 하나로 응축이 될 때 인격이 된다. 보잘 것 없는 데에서 가장 소중한 인격이 시작된다.

생명 존중은 각양각색의 마음상태를 인정하는 데에 있다. 그 흔한 개망초가 당연한 권리가 지켜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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