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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나큰 대지를 안으며 갓난 아기를 내려놓는다

[완도의 자생 식물] 61. 까까중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8.09.09 18:29
  • 수정 2018.09.0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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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한 톨들이 모여 새싹을 돋게 하니 감사한다. 시내와 강물은 물을 실어 날려 다시 비가 되니 감사한다. 우리가 가꾼 식물로 하여금 몸을 지탱하니 감사한다. 지상에서의 풀들은 질병에 필요한 약을 주어서 감사한다. 태양은 아름다운 계절을 주어서 감사한다.

대지는 적당한 물을 품어 자유롭게 땅을 밟게 하니 감사한다. 가장 고단한 삶이 완성되는 날에 구름이 와서 햇빛이 와서 생의 눈물을 가장 찬란하게 글썽이게 하니 감사한다. 까마중 잎사귀는 부드럽게 밤이슬을 받치고 있다.

이따금 풀벌레 소리는 밤새도록 별을 반짝이게 한다. 잎사귀 마디 사이에 아주 작은 꽃망울을 달아서 아기의 숨소리만큼 꽃이 피고 아장아장 다가가 아기의 눈망울만큼 반짝이는 열매를 달아놓는다. 어머니의 호미 끝에서도 까마중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같은 길을 걸어온 삶이었기에. 그 까마중을 따 먹던 그 세월은 허기진 배를 못 채울지언정 가늘디 가는 생명을 사랑하고 희망을 달아 놓은 옛사람들의 지혜였을 것이다.

친근한 까마중 곁에서 모깃불 피우고 평상에 둘러앉아 옥수수를 먹던 그 옛날에는 먹고 사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친근한 사람이 아무 때나 찾아와도 따뜻한 밥 한 끼니 내놓을 수 있었으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잡초라면 옛사람들은 귀찮은 존재였을 텐데 까마중은 당당하게 살아남았다.

그 당당함은 마음이 유연했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이라면 소중하고 귀하게 생각했던 어머니의 마음이다. 까마중은 가지 과의 딸린 한해살이풀로 인간과 가까운 데에서 잘 자란다. 까맣게 익은 열매가 중머리를 닮았다 하여 까마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키는 1미터쯤 자라고 잎은 타원형 꼴이며 어긋나게 붙는다. 여름철에 조그맣고 하얀 꽃이 피어 둥글고 까만 열매가 9월에 앙증스럽게 익는다. 까맣게 익은 열매는 어릴 적에 즐겨 먹었다. 약간 단맛이 있어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까마중의 특성은 맛은 쓰고 성질은 차며 독이 좀 있다. 폐경, 방광경에 좋고 열을 내리고 독을 풀며 혈을 잘 돌게 하며 소변을 잘 보게 한다. 그리고 염증 없애고 항암효과가 있다고 한다. 까마중과 인연은 오랜 세월 속에서도 새롭게 움이 트고 잎이 펼쳐진다. 부지불식간에도 수많은 관계는 온 대지에서 꽃을 피우게 한다. 바람이 먼지를 나르고 강물이 물을 날린다.

이런 대자연에서의 순환은 바로 공동의 선이다. 밭이랑에서 쪼그려 앉아 있는 까마중은 크나큰 대지를 안는다. 그 대지를 믿고 갓난아이를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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