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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의 인연

무릉다원, 은선동의 茶 文化 산책(44)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12.07 09:33
  • 수정 2018.12.0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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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붕이 자원방래면 불역낙호아(有朋이 自遠方來면 不亦樂乎아).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이 얼마나 즐겁지 아니한가?” 공자의 말씀으로 논어 학이편에 나온 글귀인데 문득 떠올랐다. 몇 일 사이에 많은 벗(?)들이 다녀갔다.
필자와도 그렇지만 서로 모르는 인연들이다. 그런데, 마치 십년지기 이십년지기 처럼 막역하다. 모두가 차와 공부 인연들이었다.
진리를 향한 구도 열정과 우리네 삶의 원리에 대한 공통적인 관심사가 같고, 나름 치열하게 공부해 온 바들이 또한 마치 한 공간 한 스승으로부터 배워 익힌 것처럼 서로 소통되는 바가 매우 유사하거나 많았다.
문득 스크린의 한 토막들이 서로 연결되어 다른 시간, 다른 공간들이지만 동시에 존재하여 함께 나누었던 생생한 추억을 회상하듯 그 때 그 시절의 공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때 벗은 단순히 스치는 인연이거나 그냥 알아서 만나지는 친구가 아니라, 뜻과 생각이 같고, 지향하는 바가 같은 두 마음 없는 도반이리라. 그러니 얼마나 반갑고 소중한 만남이 아니겠는가? 또한 늘 미지의 님을 동경하듯 그리워했던 그 대상으로서의 벗이었고, 구도적인 깊은 목마름을 시원스레 나누고 풀어줄 스승과도 같은 도반인 것이다. 
마주앉아 마시는 차 한 잔은 그 그리움과 반가움, 그리고 소중하고 귀한 공경의 마음으로 승화되고, 자애롭고 따스한 미소는 서로 바라만 보아도 좋은 아름다움과 행복 가득함이다.

이것은 아마도 초의가 다신전에서 이야기한 찻자리 아취에서, 홀로 하는 차 한 잔을 신, 둘이 마시면 승이라 하였는데, 바로 그 승의 경지가 아닐까 싶다. 차 한 잔 앞에 두고 도반과 더불어 나누는 마음. 얼마만인지 참 고맙기도 하고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인연의 소중함을 깊이 느끼게 해 준다. 그렇게 그 소중한 인연들이 한 바탕 다녀갔다.
고산의 오우가가 떠오른다. 수석과 송죽, 그리고 동산에 오른 달이라 했던가! 여기에 더하여 차 한 잔이 늘 함께 해 왔지만 이렇듯 큰 서원을 품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벗들과의 인연을 생각하면 고산이 전혀 부럽지 않다.

홀로 찻자리에서 오래도록 인연에 대한 화두에 들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월동안 어쩌다 만난 인연. 그리고 그 인연에 끌려 자주 만나게 되는 인연. 그리하여 우정의 싹으로 호형호제 하거나 사랑으로 발전하여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물론 다 호형호제 하거나 부부가 되지는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 귀한 인연 살림을 잘 못하여 악연으로 까지 발전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인연살림을 귀하고 정성스레 하여 가족, 도반, 나아가 사제의 인연이 되어 불멸의 이치와 인과의 이치를 터득할 수 있는 기연을 만들어 가는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인연들도 있음을 알기에, 매 경계 마다 인연 가꿈에 온 정성을 다 하게 된다. 누구든지 차별 없이 한 마음 터놓고 마음 나누는 귀한 그 자리가 바로 찻자리인 것이다. 차 한 잔으로 소중한 인연 가꾸어 가는 것을 귀하게 여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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