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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아, 우지 마라

[완도 시론] 정택진 / 소설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1.19 15:30
  • 수정 2019.01.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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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택진 / 소설가

악아, 우지마라. 이라고 됐는디 어차것냐. 몰아치는 늬를 어찌 해볼 방도가 없구나. 인자 바닥 저 짚은 곳으로 가는 수밲이 없것구나. 도저히 어찌 해 볼 도리가 없것구나.

악아, 세상 누가 죽기를 좋아하것냐마는, 세상 누가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을 더 치것냐마는, 그란데 어찰 수 없으니, 도저히 어쩔 방법이 없으니 가는 것 아니것냐. 그것이 우리한테 찾아드는 죽음이란 것 아니것냐.

악아, 내 딸아, 나 죽는 건 안 무섭다마는, 나 죽는 건 쪼금도 안 두렵다마는, 너가 눈에 볿헤 발이 안 떨어지는구나. 몸도 성치 안한 너를 두고 가자니 이라고 마음이 미어지는구나.

악아, 사랑하는 내 딸아. 너 잘못된 모양으로 세상에 나왔을 때 아비는 억장이 무너졌느니라. 그래서 너를 그냥 포기할라고 마음도 묵었느니라. 성치 않은 몸으로 너가 살어갈 앞날이 깝깝했느니라. 온전해도 어렬 것인데, 저 몸으로 어추쿠 세상을 살어가끄나. 엄니 아부지는 그 걱정으로 펜할 날이 없었니라. 너가 보로시 몸을 가눌 때에도 그랬느니라. 어디 배에 싣고 가서 멀리다 땡게베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느니라. 그래도 차마 그라지는 못했다. 아무리 성치 못해도, 그래도 생각을 갖고 난 하나의 생멩인데, 그래도 한나의 목숨인데, 사는 데까지는 살어야 한다고 마음 먹었느니라.

남들 다 가는 학교도 못 보내고, 학교 가는 악들만 바라보고 있는 너를 봄시로는 또 애가 터졌니라. 하리종일 혼자서 놀 수밲이 없는 너를 보고 우리는 날마다 복장이 무너졌니라. 엄니 아부지가 너한테 엄하게 한 것은 너를 쪼끔이래도 강하게 키울라는 마음이었느니라. 놈들은 속 모르고 너한테만 심하게 대한다고들 하제만, 장애 가진 자식을 안 가져본 사람들 말이니라. 부모 없으믄 혼자 살어얄 건데, 그 세상을 어찰 건가 말이다. 자석한테 못되게 할 부모가 세상천지에 어디 있것드냐.

악아, 니가 여자가 됐을 때, 너한테 처음으로 꽃이 비쳤을 때, 아비는 마음이 덜컥했니라. 시집도 못 갈 니가 여자가 됐으니 이 일을 어차까 싶었다. 느검무도 마찬가지였다. 해나 못된 놈이 일이나 저질러 애라도 배베믄 어차까 했니라. 그래서 너를 더 단도리하니라고 집 밖에도 못 나가게 했느니라. 그라지 말고 그냥 니 맥대로 돌아댕기게 놔뒀으믄 어챘으까 싶기도 하는구나. 그래서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그람시로 크게 놔뒀으믄 어챘으까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다 때늦은 것이다마는.

악아, 인자 니는 엄니랑만 살어야것구나. 살 만치 살었으께 나 죽는 거야 암상토 안하다마는, 납살 묵은 느검무도 살 만치 살었으께 그리 안 애드럽다마는, 우리 딸이 또 살 날이 깝깝만 하구나.

악아, 내 딸아, 아부지 죽었다고 너머 울지는 마라. 아부지는 살 만치 살었고 나름대로 사람짓 했다고 생각하께 벨로 아깝지 않니라. 어추쿠 사느냐가 중요하제, 얼마나 살었냐는 그리 중한 것 아니니라. 아부지는 평생을 그것만 생각함시로 살었느니라.

딸아, 사랑하는 내 딸아. 몸을 줄로 배에다 묶었으께 시체 못 찾을 일을 없을 거이다. 죽는 것은 죽제마는 시신까지 없어지는 사람들은 또 찾는다고 얼마나 애를 필 것이냐.

악아, 내 딸아. 인자 아부지는 가야 할랑갑다. 엄니 잘 모시고 몸성하게 살어야 쓴다이. 사랑하는 내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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