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봄으로 오는 산길을 가다가 개울가에...

[완도의 자생 식물] 79. 황새 냉이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9.01.19 19:31
  • 수정 2019.01.19 19:36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봄에는 또 다른 나의 길을 가겠다. 비록 지난봄처럼 심장은 덜 뛰더라도 그 누구와도 닮지 않은 나만의 봄 길을 가겠다. 올봄에는 맑고 투명한 물길을 보아야지. 활짝 핀 꽃들에 눈을 감고 진실한 마음을 열어가는 소리를 들어야지. 온갖 꽃들은 스스로 피지만 계절이 밀어주고 기운이 있다는 걸 알지니 잘 뜨이지 않은 작은 풀꽃이라도 하늘은 평등하게 나눠준 기쁨이 서려 있다. 봄은 봄으로, 꽃은 꽃으로, 개울은 개울로, 이렇게 물길은 강물에서 만나고 꽃은 마음에서 만난다.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씨에서 다시 피는 기다림이 있다.

그 기다림은 자기만 아는 비밀이 될 것이며 하루를 견뎌내는 식량이 될 것이다. 눈이 이따금 내리지만 개울가에 얼음이 녹기 시작하고 물을 좋아하는 황새 냉이도 초록의 마음을 힘껏 드러내고 있다. 햇빛같이 잘 잘 거리는 물소리 곁에 옷깃보다 마음이 먼저 피어오르는 봄의 야릇한 열정이 보인다.

겨우내 마음속 이불처럼 숨겨 두었던 그리운 풀냄새가 텃밭에 매화나무 꽃망울 가지들을 흔들어 놓는다. 봄으로 오는 산길을 가다가 개울가에 따뜻한 손길을 내민 황새냉이꽃. 내가 나를 사랑하고 네가 사랑해서 세상이 따뜻하게 보이는 꽃. 그는 아직 낮은 물가에서 청량한 피아노 소리처럼 흰 구름 사이 파란 하늘 속에서 피어 있다.

황새냉이꽃은 냉이와 비슷하지만 잎이 좀 다르다. 냉이는 잎이 톱 모양이고 꽃대가 가늘고 하나둘 개인데 비해 황새냉이는 꽃대가 굵고 여러 개가 올라온다. 냉이의 열매는 세모인데 황새냉이는 기다랗다. 황새의 다리처럼 가늘고 길다 하여 황새냉이란 이름이 붙었다. 또는 가느다란 줄기가 중간마다 꺾여서 있는 모양이 황새의 다리와 비슷하다고 하여 황새냉이란 이름을 얻었다고도 한다.

황새냉이는 개울물이 흐르는 개울이나 바위틈에서 이끼에 얹혀서 살아간다. 새로운 생명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보기 위해서 봄 길을 가는 사람들은 유심히 개울물이 흐르는 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남쪽 바다에서 따스한 바람에 실려 온 제비꽃 슬픈 사연도 냉이꽃 피어 있는 논도랑에는 착한 아내의 손끝에서 밥 짓는 냄새와 같아진다. 흙 냄새나는 냉이 된장국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맛도 한 계절을 앞서가야 진미가 있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운 나물들은 한겨울에 맛이 제격이다. 매서운 추위가 풀냄새를 잡아주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햇살만 있으면 물가에서 황새냉이가 보인다.

눈이 와도 이들 주위에는 빨리 녹는다. 살아가는 방법은 단 하나, 열정이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