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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묵었냐? 어디 아픈디는 없고?”

[에세이-꽃잎은 어떻게 필까] 이정선 / 숲해설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1.19 21:48
  • 수정 2019.01.1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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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 / 숲해설사

두꺼우면서도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는 목소리에선 그리움과 애틋함이 걱정으로 변하는 어머니의 구릿빛 얼굴이 전화선을 따라 느껴진다.
목젖까지 차오르는 내 그리움을 숨길 겸 눈물짓지 않기를 바라며 큰 목소리로 무척 급한 척 “잘 살아요” 라고 대답하기를 그렇게 17년.

짧지않은 시간을 타국에서 보내고 지금은 그 어머니와 함께 하고 있다.
나의 어머니의 굽은 허리는 지금은 남의 땅이 된 마을 앞밭에서 다섯자식 광주로 공부시킨다고 배추농사며 새벽같이 중앙시장으로 리어카를 끌고 도암리재를 넘다가 허리가 굽고 또 휘어 이제는 지팡이를 집어야 길을 걷는 야윈 다리와 불거진 무릎은  멀리 아주 멀리로 각자의 삶을 향해 떠난 다섯 자식의 그리움에 연골이  닳고 닳았다.

자식들이 전부였던 그 어머니 자존심에 나이 오십살 다 되어 아픈 몸으로 고향에 돌아온 막내딸의 심정보다 남들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까로 고민하시는 마음이 먼저였다가 그 마저도 이제는 같이 있어서 좋다는 어머니는 눈밑으로 눈꼽이 쉽게 끼고 눈동자가 흐릿하지만 초롱초롱한 머릿 속은 아직도 기개가 살아 있다.
어두운 밤, 그 어머니의  돌아누워 굽은 등으로 새어나오는 숨소리는 내가 곁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2년 전 미국생활 15년을 열심히 살다보니 지치고 힘들어 나의 부족함만 탓하며 지내다 '번아웃증후군'인지도 모르고 있을 때 바다를 끼고 도는 숲에 한번 다녀오면 그 1주일이 숨쉬어지고, 한번 더 가면  묵어 두었던 화기가 내린다.

나를 이겨내던 그곳,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어우드 숲과 소살리토 항구도시 가까이에 살았다.
바다를 끼고 돌며 숲을 지나고 다시 나타나는 태평양 바다를 가진 그곳이 너무 좋아 혼자서, 친구와 또 명상그룹을 이끌고 바다와 숲에서 힐링체험하였던 그곳보다 더 멋진 곳은 바로 내가 그토록 떠나고 싶어 안달하였던 완도다, 완도는 더 젊어진 숲 그리고 깊어지고 풍요로운 바다가 있는 완도에 지치고 아픈몸으로 이제 돌아가야한다고 돌아올 완도가 있다는것은 내게 큰 기쁨이고 행운이었다.

완도는 해가 바다를 지나 산을 넘어 산그림자들이 빛을 만들고 산과 산이 겹쳐 그려지는 노을이 바다로 비춰지는 모습은 그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다. 지금은 그 어머니와 완도의 바다와 숲이 나를 쉬게하고 머무는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그곳이 나의 고향 마을 도암리 공동체이다. 최근 한전 초고압변환소와 송전탑이 세워진다는 정책을 접하고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 숨이 턱턱 막혀온다.

이제는 내가 그 바다와 숲을 지키고, 사람과 만나는 연결고리가 되어 내 삶이 바다와 숲을 중심으로 삶이 이동해야 할때이고 그 가치를 지켜나가야 할 책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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