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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사람들에게 쓸쓸한 기쁨을 주는 존재

[완도의 자생식물] 82. 꽃마리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9.01.28 15:58
  • 수정 2019.01.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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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꽃은 광대나물인데 겨울에도 양지쪽에서 한두 송이 피어있다. 3월쯤엔 햇볕이 따뜻하게 찾아오면 방긋이 웃는 양지꽃은 산에도 들에도 어느 곳에서 쉽게 보인다. 그다음 구슬붕이가 피는데 이 꽃도 햇빛이 있는 곳에 보이는 꽃이다. 산길을 가다가 구슬방울처럼 아주 귀여운 구슬붕이 꽃을 보았는데 돌아오는 길에 아무리 찾아봐도 볼 수가 없었다. 야생화를 처음 관심 갖는 중이라 구름이 끼거나 해가 지면 꽃잎을 닫는 것을 몰랐다. 더구나 아주 작은 꽃은 잎을 알지 않고서는 찾을 수가 없다.

작은 야생화를 알아가는 방법은 꽃을 기억하는 것보다 잎의 모양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4월의 꽃 중에서 키 작은 꽃들은 봄맞이꽃과 꽃다지 그리고 꽃마리 꽃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잔디밭에서 볼 수 있는 꽃이다. 아마 노랑 병아리들과 같이 있다면 키가 똑같을 성싶다.

꽃마리 꽃송이는 좁쌀처럼 작다. 이렇게 작은 꽃도 벌레를 부르고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작다. 작은 꽃임에도 불구하고 꽃마리가 돋보이는 것은 하늘빛 꽃 색깔 때문이다. 가만히 쪼그려 앉아 보아야 보이는 꽃. 하늘 가운데서 꽃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꽃마리는 돌돌 말고 있는 꽃대를 조금씩 풀어내며 한 송이, 두 송이 계속 꽃을 피워댄다. 하얀 구름과 바람은 씀바귀 꽃 피는 도랑물을 건너고 꽃마리를 곱게 쓰다듬는다. 토끼풀 사이에서 하늘색 꽃마리 꽃만 보고 있어도 모든 봄꽃이 오고 간다. 꽃마리 꽃은 지치과에 속하는 2년생초이며 꽃이 필 때 태엽처럼 둘둘 말려 있던 꽃들이 펴지면서 밑에서부터 1송이씩 피기 때문에 즉 꽃이 둘둘 말려 있다고 해서 식물 이름을 '꽃마리' 또는 '꽃말이'로 붙였다고 한다.

꽃은 4~5월에 연한 하늘색으로 피는데 지름이 2㎜ 정도로 아주 작다. 봄에 어린순을 캐서 나물로 쓰기도 한다. 이른 봄 해가 잘 비치는 양지에서 몇 개체씩 모여 핀다. 꽃마리와 비슷하나 이보다 약간 꽃이 늦게 피는 식물로 덩굴꽃마리, 참꽃마리, 좀꽃마리가 있다. 덩굴꽃마리는 곧추서지 않고 옆으로 기면서 자라고 좀꽃마리 꽃의 지름이 6~8㎜로 꽃마리보다 크며 또한 참꽃마리는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1송이씩 피는 점이 다르다.

봄이 오면 아주 작은 꽃을 찾는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좁다란 골목길에서도 하늘색 꽃마리가 피어있고 그걸 보고 가는 사람들이 더욱 그리워진다. 아주 작은 풀잎에서도 길이 있다는 것. 그 쓸쓸한 기쁨이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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