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나의 봄은 오로지! 너로 말미암아

[기획특집] 완도의 봄 소식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9.03.06 16:45
  • 수정 2019.03.06 16:54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담.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그것뿐이었다. 쥔네가 보통내기가 아니라서, 한 번 걸리면!
그 길로 끝짱... 휴~우~ 끔찍할끼야!
명료한 아침이면 좋겠지만, 그 시간엔 쥔네도 넘 민감해서리! 나른해진 오후가 좋겠지. 오전을 그리 보내다가 오후 3시에야 출동! 멀찍이에다 차를 대놓고서 도둑고양이 같은 발걸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드뎌~ 드디어!
오... 오... 오...
이 황홀한 자태를 보라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오후의 햇살을 받아 더욱 눈부시게 빛나는 나신.
‘같이 가자고~ 가자고! 징징거려도’
‘이래서 널 안 데꾸 온기야!’
‘너 같으면, 이런 눈부신 나신을 부끄럽게시리 여러 사람한테 보이고 싶겠어?’
두말없이 숨 막히는 앞태. 장장 1년을 기다렸다.
널 무엇에 비할까? 푸른 바다의 거품이 밀어올린 조개 속에서 눈부신 나신으로 태어난 아프로디테? 아니, 저 정도라면 비너스를 능가하겠다.
그렇담, 프리네? 그녀가 신성모독을 하고서 법정에 섰을 때...
그의 애인이자 변호사인 히피리데스가 죽느냐? 사느냐?는 갈림길에서 그녀를 홀딱 발가벗긴 채 재판관들에게 크게 소리치며 쇼부쳤던 그 말! “이렇게 아름다운데 죽이시렵니까?”
그 눈부신 나신에 할 말을 잃은 재판관들은 하나같이 아프로디테의 현신이라며 엄지 척을 추켜세우며 "그대의 이름은 무우~죄"
탕!탕!탕!
그런 몽상에 취해 있을 쯤.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따스한 입김을 불어넣었는지, 꽃잎이 부르르 떨린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요동치는 떨림이
생동하는 울림과 어우러져
생경한 은유의 빛으로
흩뿌리는 널
무엇이라 부르리!

앞태는 충분히 감상했으니, 이제 뒷태를 감상해 볼끄나. 뒷태를 보려면 담벼락을 올라가야하는데...
조심, 조심 또 조심. 나비처럼 사뿐히 날아올라 기왓장을 밟고서 그 화려한 뒤태에 취해 셔터를 누르는 순간.
“허허, 허헛!”
“어디, 정분이라도 나셨소?”
오매, 오매! 놀래러! 뒷꼭지가 서늘한 것이 이건 필경, 쥔네다. 쥔네!
께임 오바구망! 이젠, 끝났네 끝났어...
“처녀 보쌈이라두 할 요량에 그리 도둑괭이처럼~ 밤이슬 밟듯 오셨소?”
“흐미~ 스님! 어디 안가시고 계셨구만이라!” “아암요! 오늘이면 필경, 꽃탐하러 오는 이가 있을 터라 생각했지요”
“근데, 무슨 꽃잎을 그리 여인네 보듯 보오”
“우와라! 스님도, 무슨 여인네를 본다고...”
“삼라의 꽃이 피는 날, 만상이 모두 이곳에 담겼는데”
“그걸 보러 온기제, 무씬, 그리 애먼 사람을 잡으쇼?”
“허허헛, 어여 들어 오시요! 차 한 잔 하십시다”
이제부터 3시간은 꼼짝마다.
스님의 이빨 까는 소리를 다 들어주려면, 뒤졌다. 뒤져. 그래두 그게 대수냐!
첫. 첫 꽃잎이 열렸다.
근데 어쩜, 저리도 잊지 않고 피어났는가! 꽃이 피었다는 건 잊지 않았다는 거고...
잊지 않았다는 건, 내가 널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 피어난 꽃잎이라 머 새로울 께 있겠냐만은 한 꽃잎이 열린다는 건, 묘묘한 영혼의 풍경을 펼쳐 곱고 향기로운 새로운 한 세상을 열렸다는 것이다.
매화의 향기는 바로 그 때문이다.
존재의 선행과 품성을 넘어선 깨달음의 세계에 이르러 다시 태어남!
의식의 고취다. 그 고취된 의식 속에서 발현 된 향기야말로 눈보라를 꿰뚫고 혹한을 거슬러 오른다.
무릇 나 외에 모두가 스승이겠지만 내 안에서 새롭게 태어난 스승! 그이야말로 최고의 스승이 아니겠는가!

아아,
너는 차디찬 겨울을 먹고 있구나!
그것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 소화되니
가장 거친 부분은
날 비추는 봄빛이 되고
조금 덜 거친 부분은
날 휘감는 봄바람이 되며
가장 미세한 부분은
날 어루만지는
봄의 살결이 되니
나의 봄은
오로지 너로 말미암아....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